어제 이민 온 것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1994년에 남편과 함께 7살, 5살 두 딸을 데리고 왔으니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꼬맹이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 되었다.
뉴질랜드로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는 수술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로 일을 했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와서는 1997년 뉴질랜드 간호사로 등록이 되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예방 쪽에 관심이 쏠리면서 커뮤니티 속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2006년 6월까지 한국 교민여성들을 위한 건강 증진 요원으로 WONS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했다.
파트 타임으로 WONS에서 일을 하면서 GP clinic에서 practice nurse로 일을 하며 잠시 refugee coordinator로 근무 했었다. Practice nurse를 그만 두면서 2005년에는 B형 뇌수막염(MenzB) 예방 접종 캠페인에 참가해서 와이테마타 지역 보건부 내에 있는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예방 주사를 놓는 vaccinator로 일을 했었다. 예방 접종 캠페인이 끝나면서 현재 금연 코디네이터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금연 코디네이터로 근무 하고 있는 곳은 1차 건강 진료 기관 연합체 (PHO: Primary Health Organisation) 중에 하나인 Waitemata PHO이다. 와이테마타 PHO는 46개 GP clinic에 등록된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Comprehensive Care Service와 연합하여 North Shore, West Auckland, Rodney 지역에 속하는 Warkworth에 거주하는 분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아시안들만을 위한 금연 서비스가 지난 2006년 4월 28일 금연 커뮤니티의 발족식을 가지며 5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 했다. 처음 금연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1년간 노스쇼어에 거주 하는 시민들을 위한 시범 사업이었다. 이 시범 사업에 대한 공식적인 외부 평가를 거쳐 2007년 7월부터 와이테마타 지역 보건부 전체로 서비스가 확장 되었으며 지금 현재는 아시안만을 위한 서비스와 함께 전 지역 보건부 주민을 위한 임산부와 그 가족들을 위한 금연 서비스도 하고 있다. 또한 와이테마타 PHO는 커뮤니티 속에서 커뮤니티와 함께 일을 하고 있어 매년 한국 여성 건강 증진회(Korean Women’s Wellness Community Group)를 도와 전 교민을 대상으로 건강의 날이나 건강 세미나를 개최하여 많은 교민들께 혈당과 콜레스테롤 검사 및 혈압 측정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금연 코디네이터
흡연자들에게는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족이나 직장 동료 중에서 흡연자가 때문에 가정이나 직장에서 혹은 차 안에서 담배 연기가 사라진 금연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금연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금연 관련 상담이라면 개인 상담이나 단체 상담을 가정이나 직장 어디든 방문 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니코틴 대체 요법(니코틴 파스, 껌 혹은 사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발행 해주고 금연과 흡연에 관한 정보 자료를 제공하여 금연에 성공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준다. 금연 상담을 하게 되면 동기를 부여를 하기 위해 흡연자 몸속에 일산화탄소 측정과 폐 연령도 측정을 본인에게 직접 보여 주어 담배가 우리 건강에 얼마난 나쁜지를 눈으로 보여준다.
전화나 이 메일을 통해 금연에 관한 상담 또한 하고 있다. 또한 금연을 하는데 다른 것이 문제가 된다면 (예를 들면 알콜 중독, 우울증, 도박 등) 그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관에 의뢰를 해서 실질적 도움을 준다. 또한 커뮤니티 속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행해지는 특별 행사(예를 들면 한인의 날, Chinese and Korean New Year Festival, 등등) 에서는 금연 홍보를 하면서 그 자리에서 금연을 시도하기 원하는 경우에는 니코틴 파스, 니코틴 껌이나 니코틴 사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금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관들과 계속 연결 망을 구축하면서 함께 금연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근무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일 자체를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늘 부족한 영어 때문에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가끔 나를 힘들게 할 때가 가장 힘들다. 하루 종일 미팅이나 교육을 받아야 할 때 머리에서 빨리번역이 되지 않아서 남들과 속도를 맞추지 못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제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등등 영어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 내가 보고 느끼는 세계가 좀 더 넓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아주 작은 서비스에 고마워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감사를 배우고 있다.또한 금연 목표를 향해서 포기하지 않고 힘들고 어려운 길을 잘 참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내와 소망을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담을 통해서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금연으로 건강한 몸과 화목한 가정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정말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 역시 좋은 소식들이 내게는 비타민과 같은 활력소를 만들어 준다. 금연 코디네이터를 하면서 “평생 은인 입니다” 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내가 과연 이런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더욱더 감사의 마음에 힘이 생긴다.
의료 관련 코디네이터를 준비하는 교민 후배가 있다면
의료 관련 커뮤니티를 위해 일을 하는 경우에는 커뮤니티와 좋은 유대 관계를 이루어야 하고 각 커뮤니티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금연 코디네이터는 간호사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의료에 관한 지식이 많으면 금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간호사 경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커뮤니티에서 행해지는 행사에 참여를 해서 각기 다른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과 함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원 봉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민족 국가인 뉴질랜드에서 각기 다른 문화에 대한 인지도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의료 관련 코디네이터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나 요구를 파악하여 적합한 도움을 주어야 하기에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흡연은 술이나 도박 같은 다른 중독과도 연관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에 의뢰를 할 수도 있고 함께 일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금연을 하면서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거나 할 경우에 체중 조절을 위해 식이 요법사나 심리치료사 혹은 상담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일을 하면서 하나씩 배워갈 수 있지만 경험과 연결망을 구축해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자원봉사의 작은 경험의 시작이 지금에 금연 코디네이터로 연결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입원한 환자들에게 마실 차를 타주고 검사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원하는 곳까지 안내해 주는 일을 하는 자원 봉사를 하였다.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경험을 얻었고 이 사회를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파트 타임으로 일을 시작 하면서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부터 풀 타임에 정식 직장이 주어지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었겠지만 자원봉사와 파트타임을 시작으로 관련된 일을 시작 했다. 그것의 작은 경험이 지금에 금연 코디네이터 직장을 구하는데 큰 도움과 referee나 reference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때로는 아무도 가지 않은 두렵고 외로운 길을 걸어가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길은 누군가는 가야만 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꿈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가야 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을 하라 말하고 싶다. 또한 말없이 조용한 것만이 항상 아름다울 수 만은 없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힘있게 표현하라고 말하고 싶다. “Speak Up”
글,사진 :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