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2시무렵. 타카푸나 ‘오클랜드 감리교회’ 홀.
70여명 ‘무지개 클럽’ 대 식구가 붐볐던 흔적으로. 후끈한 열기에 점심시간 음식냄새가 아직도 실내에 가득한 것 같다. 모두가 돌아가고 조촐하게 남은 합창단원 20여명만이 홀 앞쪽에 자리를 만들어 앉아 있을땐 수다판이 벌어진 누구누구의 평범한 할머니들이다.
정각 2시가 되자 어김없이 나타나는 지휘자 ‘방 영실’씨. 반주를 맡은 ‘최 윤정’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느라고 늘 허둥거린다.금방 쥐죽은듯이 조용 해 지는 홀.
목청을 가다듬어 발성 연습을 하다보면 좀 전에 먹은 점심이 단번에 소화가 되는지 배가 고파진다. 그러나 고되고 힘들지 않으면 고운 노래가 나올 수 없기에 연습시간 한 시간이 청춘의 열정처럼 뜨겁게 타오른다. 누가 그들을 7. 80대 노인들이라고 하겠나....
뉴질랜드 내 한국인의 이민 역사가 20년이 넘으면서 교민사회도 서서히 고령화가 되어 가고 있다.
고국을 떠나 멀고 먼 이국 생활에서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무료함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특히 그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장끼(長技)를 발굴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활동을 통해서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신 현국’ 단장의 의도로 창단이 되었다.
문화적인 욕구를 공연활동. 봉사활동등 사회적 자원으로 끌어 올리려는 차원에서 시작한 합창단이 어느새 일년 반이 되어가고 있다. 70~85세 사이. 단원 22명과 ‘신 현국’ 단장. 지휘자. 반주자등 모두 25명으로 구성되어 2010년 12월 14일 성황리에 마친 창단 공연을 위시해서 몇차례 교민사회 중요한 행사에도 공연을 했다. 교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자신감으로 성장 해 가고 있다. 머지않아 당신들의 길을 먼저 가고 있는 분들. 양로원 위문공연땐. 짠한 아픔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거웠다고 했다.
우리 가요. 민요. 동요와 외국민요. 캐롤송. 워십댄스등. 고령자들이 소화하기엔 어려움도 있을텐데. 모두가 열심히 따라 하는 모습에서 그들은 더이상 늙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겹겹이 주름진 노안에 말 잘 안 듣는 몸. 여기저기 고통을 참아내며. 어떻게 그런 고운 노래가 나올 수 있는지? 몸은 늙어도 목소리는 늙지 않는 것일까? 노래를 정말로 잘 부르는 분들도 있지만. 그냥 노래가 좋아서. 또는 무엇인가 목적있는 노후를 살고자 함께 한 자리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노래속에 묻혀서 아름답게 자신의 삶을 수 놓아가고 있는게 분명했다. 맑은 영혼을 가슴 한가득 끌어안으면서...
우리 말 외우기도 쉽지 않은데 영어가사를 외울 때는 정말로 어려워 머리속에 쥐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느 분은 주방에. 거실에. 방에. 화장실까지 드나드는 모든 곳에 큼직하게 써서 붙여놓고 외웠다고도 하고. 한 시간 먼 거리를 버스 안에서 외워왔다는 분도 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될 수가 없는 일이기에...
되돌아 갈 수 없는 젊음. 그것을 도리켜 생각하며 주저앉으면 끝이다. 거칠고 험한 격랑의 시대를 살아 온 그들 세대.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자부하면서. 호응 해 주는 사람 혹시 많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또다시 2011년 12월 정기 공연을 위하여 오늘도 여전히 밝고 힘차게 목소리를 갈고 닦아 간다. 희망의 내일.. 보람찬 삶.
늙음이 허무하다고 누가 말했나!....
<문의사항: Mob. 027 4715 156 (신 현국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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