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땅을 떠나 해외에 살면서 가장 많은 고민은 언어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교민들은 영어에 대한 끝 없는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골치덩어리 이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 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영역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교민1.5세대 이유진씨가 있다. 현재 오클랜드 대학에서 중국어 언어학 전공 석사 (Master of Literature)과정을 하며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영어로 가르치고 있는 이유진씨를 만나 보자.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해에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다.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마치고 중국에서 2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 곧바로 이곳 뉴질랜드 땅에 오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낯선 땅, 낯선 언어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중, 고등학교는 Royal Oak근처에 위치한 Marcellin College라는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중국어 과목을 하게 되었는데, 중국어 공부를 하는 게 정말 즐겁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하게 되었다. 중국어에 대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풀어나가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공부란 정말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
언어 학습을 하면서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쉴 때 또는 휴식을 취할 때 내가 이 잠깐의 시간을 인내와 끈기로 이겨내면 더 큰 것이 저에게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뉴질랜드 중,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졸업식 전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시상식 (Prize Giving Ceremony)이 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 중국어 과목을 올 Excellence를 받게 되어서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졸업식 후에 너무나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뉴질랜드 전국 2-3%만 받을 수 있는 NZQA Top Scholar에 중국어 Top Subject Scholar로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Wellington의 Government House로 초청되어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여하게 되었고 제 인생의 잊지 못할 시상식이었다. 처음에 대학에서 법과 중국어를 복수전공으로 시작했지만 대학 2년 연달아 중국정부에서 주최하는 세계 대학생 중국어 스피치 대회에 뉴질랜드 대표로 참가하게 되어 북경언어대에서 연수를 받는 장학금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중국어의 길이 열려서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중국어와 스페인어로 전과하게 되었다.
중국어 교수라는 칭호는 아직은 부담스러워
오클랜드 대학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곧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1년의 Bachelor of Arts (Honours)라는 프로그램을 마친 후 중국어 언어학 전공의 석사 (Master of Arts) 프로그램을 졸업하게 되었다. 현재는 또 다른 석사인 Master of Literature 프로그램을 중국어 언어학 전공을 하면서 대학에서 중국어과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Bachelor of Arts (Honours)를 마치고 첫번째 석사를 시작하기 전에 오클랜드 대학 웹사이트에 Teaching staff을 구하는 공지가 뜬 것을 우연히 보게 됐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교수가 꿈이었는데 그 꿈을 실현시킬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때 그 공지를 보면서 이것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기회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곧 바로 필요한 서류를 모아 원서를 넣었고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학교 측에서의 연락이 왔다. 장장 1시간 20분의 긴 인터뷰를 했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내가 잘 했는지 못했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심사관은 추후 보를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르치는 것이 너무나 하고 싶었기에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 후 학교 측에서 내가 채택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교수의 꿈에 한발자국 다가가게 되었다. 아직 대학에서 가르친 경력은 얼마 되진 않지만 가르치는 동안 진심으로 즐거웠고 이 것이 제 천직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지금 처럼 앞으로도 즐겁게 또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강의에 임하고 싶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중국어 공부 시작
처음 중국어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중국 천진에서 초등학교 5, 6학년을 다니게 되었는데, 처음 6개월 정도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점차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의 중국생활을 마치고 온 가족 모두가 곧 바로 뉴질랜드에 오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중, 고등학교에는 중국어 과목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친구들과 대화하는 것 외에는 중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Correspondence School을 통해 학교에서 중국어 과목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에 중국어 선생님은 없었고 메일로 지도해 주는 선생님 외에는 혼자서 책과 주어진 문제집을 푸는 자습형식의 수업이었다.
이 때부터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중국어를 정식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단연 중국어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건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아 중국어 이외에는 스페인어와 영어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논문을 쓸 때나 공부를 할 때 지친 자신을 통제 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조금 쉬면서 하고 싶고 잠깐의 휴식으로 여행도 가고 싶은 마음들도 들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기도로 마음에 평안을 얻고 또 내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을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달려갔던 것 같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계속 지금처럼 가르치고 싶다. 박사과정 후 또 다른 기회가 된다면 해외 다른 대학에서 중국어 언어학에 관하여 조금 더 연구하고 싶다.
학생의 입장과 선생의 입장 차이 너무커
오클랜드 대학 School of Asian Studies 학과에 중국어 과 (언어) 교수진 중에 미국인 교수님 한 분을 제외하면 한국인은 혼자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인 교수님들과 함께 중국어를 가르치는 그 환경 안에서 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더 자긍심이 생기고 또 그 작은 공동체 안에서 제가 한 명의 한국인 대표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학생 입장에서 공부를 하는 것과 선생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것이 다르다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직접 겪어보니 그 차이는 정말 엄청났다. 학생으로서 중국어를 배울 때 쉽게 이해했던 점들을 선생으로서 설명하는 입장에 섰을 때 아무리 쉽게 이해했던 부분일지라도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쉽지 만은 않았다. 또 학생이 어떤 돌발질문을 했을 때 덤덤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주위 분들이 영어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게 어렵지 않냐고 가끔 물으시곤 하는데 다행히 이전에 한국어로 또 영어로 중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교단에 섰을 때는 언어 구사 능력에 관계없이 선생으로서 학생들 앞에 서는것 자체가 떨렸고 또 설렛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짜릿함을 즐기고 있고 있다.
많은 교민 후배들이 중국어 도전을 바란다많은 후배들이 중국어를 전공했으면 좋겠다. 비록 내가 한국인으로써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뉴질랜드 학생들이 또 우리 한국 교민들이 한국어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고 또 뉴질랜드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 커지길 바란다.
이제는 중국어 모르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뉴질랜드에서 중국어를 전공한다면 오클랜드 대학과 AUT 대학이 있는다. 물론 내 자신이 오클랜드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클랜드 대학 중국어과 교수님들께서는 친절하게 또 체계적으로 지도해 주시기 때문에 중국어를 전공하고 싶어하시는 후배들이라면 오클랜드 대학 중국어과를 많이 지원하셨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게 따분하고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충분히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이 찰나의 순간을 참고 이겨내어 그 후에 다가올 엄청난 성과물을 생각한다면 공부를 하는 목적과 이유가 조금은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그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낼 각오가 있다면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이수한 후 정교수가 되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과 또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널리 알리고 싶다. 또 학생들과 어우러져 두려운 또는 멀게만 느껴지는 교수가 아니라 친구 같은 스승이 되고 싶다.
글,사진: 김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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