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추장을 사랑하는 수석 총괄 주방장 알렉스(Alex)매콤한 한국의 저장 발효식품 고추장. 텁텁하지만 짠맛과 단맛으로 혀끝에 알싸한 감칠맛을 더해주는 새빨간 고추장을 사랑하여 거의 모든 요리의 양념으로 사용해 매뉴로 내놓는 조리장을 만나보았다. 한국 음식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이 생긴 그의 이름은 알렉스(Alex). 오클랜드에서 먹을거리와 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폰손비 로드(Ponsonby Road)에 위치한 The Longroom 레스토랑의 수석 총괄 주방장(Head Chef)이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을 띄우고 양 손에 빨간 플라스틱 고추장 통을 들어 보인 알렉스 씨는 “나는 매일 아침 토스트 빵에 고추장을 발라먹는다”고 말해 기자를 놀라게 했지만 곧 장난스럽게 농담이라며 웃으면서 말을 정정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요리에 고추장을 소스로 활용하기를 좋아하며, 레스토랑의 다양한 메뉴에 고추장이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올해 37세인 수석 총괄 주방장 알렉스 씨는 소주 칵테일과 일본 피클 샐러드와 같이 동양 음식을 서양식에 대입해 전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으며 김치 만드는 법도 알고 있었다. 요리에 담는 정성만큼, 인터뷰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하게 답한 그는 중간 중간 농담을 섞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알렉스의 인터뷰를 통해 동양 음식에 영향을 받은 퓨전에 대한 접근과, 훌륭한 셰프는 다양한 미식 경험에서 나온다는 수석 주방장으로서의 인생에 대해 들어본다.
Chef로서의 성장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나는 요리를 하면서 자랐다. 뛰어난 주방장이셨던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것을 늘 보면서 음식과 친해졌다. 러시아계 배경을 가진 나는 세계적인 수준의 레드 와인이 생산되고 최고 품질의 참치가 잡히는 호주의 남쪽 지방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multi-cultural groups)과 만나 어울리고 다양한 요리를 접해봤다. 폴란드와 체코, 이탈리아인 친구들과 매일 오븐에 피자를 구워 먹었고 신선한 파스타를 만들었다. 독일인 친구와는 매주 토마토소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모두 한 집에 모여 각자 만든 요리들을 가져와 함께 먹고 즐겼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요리를 접하며 자랐다는 점이 내 요리 인생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요리를 배우기 전에는 시각 미술(Visual Art)을 공부했었다. 전공은 조각(Sculpture)이었는데 예술을 하니 벌이가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 요리 학교에 입학했다. 대단히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요리학교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셰프가 되는 5년 과정을 3년 만에 풀타임으로 빨리 마쳤다. 그 뒤 호주에서 정식으로 수석 주방장이 되었을 때 내 나이는 스물여덟이었다.
범아시아(Pan-Asian)적인 퓨전 음식을 하게 된 계기는?동양 음식에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호주에서 첫 직장으로 일본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부터였다. 대단히 오래전 일이다. ‘유끼시’라는 나이든 일본 사람이 나에게 일본 요리에 대한 흥미를 일으켰고 그 뒤 동양의 요리에 대한 관심과, 더 나아가 동서양의 퓨전 요리에 대한 흥미 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런던으로 건너간 뒤에는 약 10여년동안 범아시아적인 요리(Pan-Asian foods)를 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도 많이 했다.
뉴질랜드에 왔을 때 톰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더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팀이 영화 촬영을 위해 뉴질랜드에 왔다. 6개월의 촬영 기간동안 뉴질랜드로 촬영을 하러 온 일본인 엑스트라들을 위한 요리를 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다.
한국의 김치는 영국에서 배우게 된 것인데, 사실 독일 음식에도 김치와 비슷한 배추절임인 사워크라우트(sauerkraut)가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워크라우트’를 많이 만드셨는데, 익히기 위해 주차장에 내놓으면 호주의 더운날씨에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맛이 있어서 참 좋아했다.
한국의 김치를 처음 알게 되고 배우게 된 것은 영국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알게 된 한 젊은 한국 여성이 직접 담근 김치를 가져와 맛을 보여준 일이 계기였다. 그녀의 김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담가서 매운 맛이 독했음에도 너무나 맛이 있었다. 나는 김치를 레스토랑 메뉴로 내놓기로 했고 그녀한테서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게 거의 한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 때부터 나는 런던에서 거의 매주 김치를 20kg정도 꾸준히 담갔다. 김치는 만드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손님들에게 김치를 내놓을 때는 정사각형으로 잘라 예쁘게 내놓아 보기에도 좋았다. 내가 담근 김치는 한국 사람들이 담그는 김치와는 매우 다른 것이다. 갓김치(raw Kimchi)같은 거랄까. 음식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진 런던의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든지 먹어보려는 적극성을 가진, 음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이 곳 롱룸 레스토랑의 수석 조리장으로 일한 지는 6개월이 되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서양 음식을 동양 음식에 접목, 새로운 요리로 내놓았고 손님들은 그 메뉴를 기분 좋게 음미하고 즐겼다. 그런데 내 경험상 뉴질랜드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운 음식을 먹을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김치 샐러드도 그리 자주 주문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손님들이 조금씩 즐기면서 서서히 김치에 맛을 들이도록 하고 있다. 고추장은 매운맛과 짠맛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그 매운맛과 짠맛이 배추와 함께 어우러지는 그 맛이 김치의 포인트다. 맛의 균형을 잡는 것이 셰프인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정말 즐겁다.
총괄 주방장이 된다는 것은..Head Chef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다. 도제생들과 보조 요리사들에게 요리하는 법과 메뉴를 가르치고 부엌에서 내놓는 요리로 레스토랑에 이윤을 내도록 해야 하며, 부엌의 위생과 서비스 관리에 힘써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일이지만 또한 재미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주문을 받으면 단기간 내에 맛있게 만들어야 하기에 부엌에서는 누구나 긴장을 한다. Chef는 본인의 요리에 대한 지식은 물론 남의 요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여행을 통해서 얻게 되는 지혜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재료와 요리를 경험하고 연구해야 한다. 여행을 갈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책을 많이 읽어두는 것도 좋다. 책을 통해서라도 요리를 체험하고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들이 올라와 있으니 틈나는 대로 많이 읽고 습득해 두는 것이 좋다.
총괄 주방장이 되려면 요리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요리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주방장이 될 생각은 말아야 한다. 나는 총괄 주방장으로서 되도록이면 부엌을 떠나지 않고 부엌 안에서 요리하고 관리하려고 하고 있다.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엌에서는 보조 셰프부터 총괄 주방장까지 일손을 놓는 일 없이 누구나 음식을 만든다. 매일 부엌이라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곳에서 대단히 오랜 시간동안 집중해서 매우 열심히 일해야 하는 직업이다. 스트레스도 받지만 재미있다.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맛보도록 하는 일, 새로운 요리법과 질 좋은 재료로 조리해보는 일, 어린 셰프들을 가르치는 일이 나는 즐겁다. 지금까지 살면서 요리에 관한한 많은 것들을 접했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고 손님들에게도 알려주는 일들이 나는 너무나 좋다.
기자의 후기 알렉스씨는 나이 스물여덟에 이미 수석 총괄 주방장으로 레스토랑에 입성을 하게 되었다는데 정말 대단한 실력인 것 같다. 요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추장을 활용한 퓨전 메뉴인 ‘코리안 바베큐 치킨’이었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매콤하지는 않았지만 고추장 특유의 입에 척척 붙는 감칠맛은 확실히 느껴졌다.
소주 칵테일(Soju Cocktail)은 열대 과일인 여지(Lychee)를 얼려 빙수처럼 만들어 한국의 소주와 결합시킨 음료였다. 소주를 설탕과 함께 푹 끓인 뒤 얼린 것을 살살 깨뜨려 칵테일 잔에 담고 소주를 붓는다. 여지의 흰색 과육을 올려놓아 완성된 소주 칵테일은 마치 겨울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처럼 아름다웠다. 그 상큼하고 시원한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한국인인 기자를 위해 포크가 아닌 나무젓가락을 준비한 그 배려에서 부터 다년간의 경험에 빛나는 노련한 주방장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장새미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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