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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011. 17:54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청능사(Audiologist)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직업일 수 있습니다. 청능사는 난청 환자들의 청력검사, 상담과 평가를 통한 재활 및 훈련을 담당해 일상생활을 편하게 도와주는 직업입니다.”
현재 오클랜드 스타쉽 병원(Auckland Starship Children’s Hospital)과 그린레인 클리니컬 센터(Greenlane Clinical Centre)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청능사 김휘홍(28) 씨가 ‘청능사’라는 직업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주일에 사흘은 스타쉽에서 그리고 이틀은 그린레인 클리니컬 센터에서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난청환자들의 청각재활 등을 돕고 있다. 청력검사는 귀가 들리는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소리나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의 여부 등 청각의 예민한 정도를 측정하는 일이다. 보청기의 검사와 관리도 모두 청능사의 업무로 청각장애인들의 청능평가, 재활, 훈련 모두 그가 담당하는 일이다. 이명(Tinnitus)에 관한 상담 및 조언 그리고 청각처리 장애(APD) 상담도 포함하고 있다.
김 휘홍 씨가 청각학(Master of Audiology) 석사과정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오클랜드 대학교 Biomedical Science 3학년 과목 중 ‘감각기관’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고 음향과 관련해 청각손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면서이다. 교회에서 음향기기 분야와 관련해 봉사를 하며 음향 및 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질 무렵, 그는 대학교에서 ‘청각학’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전공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생각과 정보수집 후 청각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학사학위를 졸업한 그는 향후 코스 결정을 돕기 위해 Certificate of Proficiency (COP) 과정에서 생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석사과정인 청각학을 2년 동안 이수하게 되었다.
“청능학과를 졸업할 무렵이 되면 병원 및 각 청각의료기관에서 졸업생들에게 러브콜 혹은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광고를 보내옵니다. 청능사는 직업부족군이기 때문에 여러 병원에서 인터뷰 자리가 있다고 졸업 전에 연락이 오죠. 면접을 본 후 본인이 결정을 해서 사립병원이나 공립병원 등에 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청각학 석사과정에는 청능사 인턴쉽 실습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졸업 후 본인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립병원과 공립병원 외에도 본인과 적성에 맞는다면 보청기업계에서 종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청각학이 유일하게 오클랜드 대학교와 캔터베리 대학교에만 있습니다.”
사립병원과 공립병원, 그리고 보청기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각각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김 휘홍 씨가 첫 직장으로 사회생활을 선택한 곳은 공립병원이다. 공립병원은 난청환자들의 보청기 설치 외에도 청력검사 및 난청에 관련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할 수 있고 아이들과 더 가까이 일 할 수 있어 적성에 맞는 곳인 공립병원을 선택하였다고 그는 말한다. 원래부터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오클랜드 스타쉽 병원에서 아기와 어린이들을 상대로 근무하는 것이 하루하루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한다. 때로는 자신보다 덩치가 더 좋고 키도 큰 마오리나 키위 어린이들이 찾아올 때는 잘못 온 것 같은데…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저 14살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어린이들 덕분에 가끔 웃지못해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전과범들이 청각에 문제가 생겨 감옥 간수와 함께 손에 수갑을 차고 청력검사를 받으러 올때는 사뭇 긴장해 등에 땀이 흐르기도 했다며 잊지못할 해프닝들도 이야기해 주었다.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질 때 공립병원 혹은 사립병원을 통해 청능사를 만날 수 있다. 공립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제일 보편적인 방법은 가정의(GP)를 통해 만나는 것이다. 이 때 가정의가 청력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천서를 통해 알맞는 병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 반면 사립병원은 다른 중계인 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청능사와 만날 수 있다는 편리한 이점이 있다. 단 공립병원은 국가에서 비용을 지원하지만 사립병원은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청능사들은 청력테스트 결과에 따라 보청기를 직접 설치해 주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보내야겠다고 판단하면 추천서를 적어주기도 한다. 난청으로 인해 보청기가 필요로 할 때는 자비로 감당하는 방법 혹은 국가의 혜택을 받아 설치할 수 있다. 국가의 혜택은 여러가지로 나눠지게 되는데 이것 또한 청능사가 제일 적합한 것을 알려준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혜택 중 한가지가 ACC인데 이 혜택은 뉴질랜드에서 일하는 도중 장시간 동안 소음에 노출되어 생기게 된 소음성 난청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당 되는 것이다. 이 혜택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의료진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승인이 나게되면 국가에서 보청기 설치에 관련된 비용들을 커버해 주게된다. 어른 외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져 18세 까지는 보청기가 무료, 그리고 그 이상의 나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풀타임으로 대학교를 다니게 될시 21세까지 지원된다고 한다. 청력손실은 선천적으로부터 혹은 후천성 질병으로 올 수 있지만, 이 것 외에 장시간 혹은 단시간 동안 소음에 노출 됨으로 인해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어느 한 연구에 의하면 85dBA의 소리를 8시간 동안 듣게 되면 청력손실이 생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85dBA의 소리는 바쁜 도로에서 들리는 교통소음인데 여기서 3dBA씩 올리게 되면 이 시간이 반씩 줄게 된다. 청력손실은 손실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아무 것도 안 들리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손실이 점점 더 심해질수록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가는 귀 먹는’ 증상이 생기게 된다. 즉 작은 소리로 이야기할 때 혹은 시끄러운 곳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못 듣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럴 때에는 청능사에게 청력 테스트를 받아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보청기의 올바른 사용방법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보청기 사용할 것을 권유받게 되면 청능사가 각각 개인의 청력 손실에 기반하여 최고로 적합한 것을 골라주게 됩니다. 보청기는 여러가지 모양이 있는데 각각의 특성이 다르고 가끔은 청력 손실로 인해서 종류는 한정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청력손실이 크면 클수록 보청기의 싸이즈가 커지게 되죠. 보청기는 다른 전자제품처럼 조심히 다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격과 습기에 약하며 다 사용한 건전지를 오랫동안 보청기 안에 넣어둘 시 고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드라잉 캡슐을 사용하여 습기를 보청기에서 자주 없애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라잉 캡슐을 구하지 못한다면 보통 가정집에 있는 핫 워터 실린더 캐비넷 안에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에 이민온 지도 15년이 넘었지만 한인 최초 청능사로서 사회 첫 발을 내딛은 김 휘홍 씨에게 병원생활은 모든 것이 새롭고 배울것도 여전히 많은 곳이다. 1995년 이민왔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였던 그는 처음 입학한 학교에서 새로운 환경뿐만 아니라 언어조차 적응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때 만화영화 라이온 킹을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독하게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영화의 대사를 외우겠다고 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많이 봤던지 여동생이랑 그림만 봐도 어느 대사를 이야기하는지 흉내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대사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소리로 듣고 음성만 기억한 것이다 보니 저와 동생이 외운 대사는 다 잘못된 것이더군요. 예를 들면 라이온 킹 중 “Murderer”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저와 동생은 “먹어라!”라고 외우는 황당한 해프닝도 있었죠.”
집으로 돌아와서는 동생과 영어로 대화하도록 노력했고, 잘 때에도 라디오를 틀어놓고 자는 등 비록 어린나이였지만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을 적응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언어를 극복하면서 그는 현지인 친구들과 수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학업에도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향후활동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청능사로써의 경력을 쌓고 뉴질랜드청능사협회(New Zealand Audiological Society)에 가입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질랜드 1.5세대 이민자로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청능사로 현지사회에 진출한 그에게 삶에 대한 노력,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글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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