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알면 알 수록 새롭고 깊이가 있는 우리 음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전통 떡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친환경식품, 웰빙음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더욱 고급화 하여 알린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떡케익 전문점 '청사초롱' - 견민옥님
/인터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눈이 즐거워야 입도 즐겁기 마련이다. 자연의 색과 모양을 본떠 빚은 청사초롱(떡케익 전문점)의 아름다운 떡은 먹기도 전에 이미 그 미학에 취해버린다.
재뉴 여성회와 일반 교회 등에서 강습을 하며 자연스럽게 전통 떡 문화를 교민들과 함께 나누던 견민옥님. 그는 지난 10월 2일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열린 문화행사를 시작으로 ‘청사초롱 (떡케익 전문점)’을 열었다. 건강에 좋은 자연 재료만을 사용하여 명절이나 특별한 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떡을 즐길 수 있도록 고급화 한 우리의 전통 떡을 주문 판매 중인 견민옥님은 뉴질랜드 현지에 우리의 떡을 알리고 더 나아가 한국 떡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 뉴질랜드에서 전통떡을 만드신지 얼마나 되셨는지요.
“뉴질랜드에 온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뉴질랜드 오기 전부터 우리나라 전통 떡 만드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사실 그 떡에 대한 이해나 그 깊이는 뉴질랜드에 와서 깨우친 것이 오히려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교민사회에서 우리나라 전통 떡에 대한 어떤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떡을 만들었었고 남편이 목회자(예안성 침례교회 고 한재수 목사)였었기에 교인들, 그리고 지인들과 많이 나누는 기회가 있었기에 늘 떡과는 접하고 있었습니다.”
견민옥님은 전통 떡이라고 말을 해서 뭔가 심오하거나 복잡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전통 떡이라고 우리가 흔히 먹는 떡들과 전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떡들이 모두 우리의 전통 떡인 것입니다. 물론 그 종류는 훨씬 다양하지만요. 우리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것이지요. 사람이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 까지 떡은 우리와 함께하는 우리 고유의 음식인 것입니다.”
* 전통 떡을 만들며 느끼는 보람은? 전통 떡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저로 하여금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같이 각종 인스턴트 식품이 난무하는 시기에 단지 천연재료만을 가지고 우리 건강에도 좋고 입맛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고유의 떡을 아는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할 때에 또 제가 만든 떡을 맛있다고 해주고 이쁘고 화려하기도 하고, 때로는 떡이 우아하기까지 하다는 극찬에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떡은 이미 삼국시대 이전 부족시대부터 만들어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 후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어져 있는 우리 전통의 음식인 것이지요. 그런 떡을 똑같이 재현해낼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새로운 맛과 디자인에 대해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오클랜드 박물관 문화행사에서 요리과정을 소개하고 있는 견민옥님
* 지난 10월 2일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열린 문화행사에서 한국음식 행사를 치른 소감이 어떻습니까? 우선 재뉴 한국 여성회와 오클랜드 한인회에서 주관한 이 기획에 참가할 수 있어서 감사를 드리고요. 무엇보다도 많은 현지인들에게 우리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잘 소개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금으로 떡을 4박스씩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 내놓았었지요. 그 날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두 차례 행사를 치렀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워 준비를 덜 해 갔으면 큰일 날 뻔 했었습니다. 행사당일 날, 떡 케익 종류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전시했었습니다. 화려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떡은 증편이었습니다. 술떡이라 하죠. 막걸리를 넣었는데 키위들에게 쌀로 만든 술이라고 아무리 표현을 해도 이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코리안 스타일 와인라이스 케익이라고 했더니 키위들이 맛을 보더니 와인 같은 향기가 나면서도 색상도 화려하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맛도 포근하고 쫄깃한 양면성이 있었죠. 화려한 천연색깔의 무지개떡도 당연이 반응이 좋았었습니다. 그날 떡을 넉넉하게 준비했는데도 워낙 호응이 좋아서인지 모자랄 정도였어요.
그 날 떡에 관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떡에 ‘정말로 버터를 넣지 않았는가’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떡이 부푼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특히 증편의 경우 이스트와 베이킹 소다도 넣지 않고 어찌 술만 넣고도 떡이 부풀 수 있는가 하고요. 그래서 저는 발효가 된다, 효소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지요. 그랬더니 화려한 색깔은 또 어떻게 낸 것이냐는 질문도 들었어요. 떡은 자연색소를 쓴 것이지요. 증편의 경우 호박은 노랑을 녹차(그린티 종류)는 녹색을 , 그리고 보라색은 자색고구마로, 분홍은 딸기등등… 으로 알록달록하게 색상을 낸다고 설명했어요. 그래서 이해한 듯 하더니만 다시 “그런데 이게 어떻게 부푸는가”하고 또 최종적으로 같은 질문을 하더라고요. 신기한 거예요 이사람들은….
▲ 미니설기(호박고지)
행사가 끝나고 옆에서 도와주셨던 분들, 박물관 직원들에게도 떡을 맛보게 하고 싶었지만 그 사람들의 몫을 남길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떡이 잘 나간 거예요. 미안하게.. 한국 전통 공연도 참 잘 했어요. 더불어 서예동호회 모임인 뉴질랜드묵향회에서 준비한 우리글써주기 행사도 성공적이었고요. 묵향회멤버중에 꽃집하시는 분이 장미를 여러박스 마련해 주셔서 붓글씨와 전각그림을 그린 화선지종이를 장미와 함께 나누어 줬어요. 이 행사도 처음에는 잘 될까? 하고 반신반의 했었는데 오히려 화선지종이가 다 바닥이 날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또 그 옆자리에 자리해 주신 남국정사 다도팀들께서도 한국 차문화를 기품있게 우아하게 표현해주셔서 뿌듯했었습니다.
* 전통 음식인 떡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한 떡들을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하시는지요 “네, 쌀로 만든 떡케익을 만들다 보면 항상 또 다른 디자인에 대해 욕심이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같은 디자인이 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우리 고유의 전통 떡에 기본을 두고 좀 더 다른 모양의 떡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재료를 첨가해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뉴질랜드에서 볼 수 있는 생과일(블루베리, 키위, 파파야, 망고 등등) 또는 건과일들을 첨가해서 만들어 보곤 합니다. 한국의 떡 시장은 디자인이 생명이라 경쟁이 심하지만 뉴질랜드의 경우는 늘 접해오던 떡 만을 볼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새로운 것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떡은 알면 알수록 새롭고 깊이가 있는 우리 음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떡에 대한 많은 디자인의 아이디어는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서 주신, 남다른 디자인 감각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즐기면서 만들다가 이번 박물관 행사를 시작으로 청사초롱(떡케익 전문점)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 그럼 떡케익 전문점 ‘청사초롱’을 열게 된 계기가…
“정식 오픈한지는 얼마 안 됐지만 떡 만들기는 오래 전부터 했었어요. 4년 전 남편이 위암으로 (예안성침례교회 고 한재수목사) 돌아가시고 15년 넘게 해온 사역의 현장을 떠나게 되어, 그동안 목회사역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다시 떡에 관심을 갖게 되었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전통 떡을 만드는 인사동 같은 곳에 가서 떡 만드는 법을 배워오곤 했습니다.
‘청사초롱’을 열고 떡을 만드는 것은 떡 만드는 일에 얽매이며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만들고 있습니다. 사업을 해도 마음이 따라 주어야 하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일 자체가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견민옥님은 ‘눈으로 먹는 떡’을 이야기 했다. “옛날에는 떡이 굉장히 귀했잖아요. 못 먹던 시절의 떡은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지 눈으로 먹는 떡이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이런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일반 떡 공장 같은 의미가 아니라 떡 공방 같은 의미로,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예쁘게, 맛있게 만들고 싶었고 또 그렇게 지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떡을 참 좋아 했는가 봅니다. 떡에 대한 속담이 참 많습니다. 떡을 먹고 싶은 탐심 때문에 우스개 소리로, ‘내가 팥이 있으면 쌀은 꾸어다가 떡을 해먹을 텐데…’이런 말이 있잖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이사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도 팥이 있으면 쌀을 꾸어다가 떡을 해먹는다니... 얼마나 떡을 좋아했으면 쌀을 꾸어다가 떡을 만들 생각을 할까요. 그런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떡을 대단히 좋아 했었나 봅니다.
▲ 청사초롱의 1단 케익 (장미설기), 단호박 떡케익
* 우리의 떡이 뉴질랜드 현지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전통 떡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친환경식품, 웰빙음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더욱 고급화 하여 알린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최근에 티비 프로그램을 하나 본 적이 있는데요, 서울시 차원에서 세계 유수의 요리사들을 초대해서 한국의 여러 가지 맛을 보여준 후, 세계화에 나설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보는 기획 프로그램이었지요. 그 결과 한국의 많은 식재료, 전통 장(고추장, 된장)들과 감치, 식재료 등이 세계 여러 요리들과 함께 잘 어울려 훌륭한 요리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떡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박물관 행사 결과, 현지인들도 우리의 떡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반응도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현지인들 입맛에 보다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떡에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물을 떡에 가미한다거나, 우리가 좋아하는 떡의 쫀득쫀득함을 줄여 현지인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우리의 것만을 무조건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움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색다르게 떡 안에다 키위나 열대 과일을 김밥 말듯이 넣고 붙여서 예쁘게 만들어요. 그러면 배도 부르고 맛도 괜찮고. 현지인들도 떡에는 버터와 설탕을 넣지 않았으니 다이어트 식품이라 여기고 자주 찾게 되겠지요. 인절미 같은 떡이라도 현지인들이 싫어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다양하게 접목을 해 떡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요?
한번 키위 사회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에 납품하고 싶어요. 요즘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데 떡에는 ‘No 버터, No 설탕’이라 알려주는 겁니다. 설탕을 넣더라도 아주 조금, 조청과 효소를 쓰면 다이어트 식품이 되지요. 쫄깃한 백설기 떡 같은 경우 찌는 방법과 재료에 따라서 카스테라 같이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하얀 백설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고구마, 딸기. 호박 등으로 천연의 색을 내어 여러 가지 모양과 맛으로 접목시킬 생각입니다. 우리의 떡으로 한번 현지 사회에 꼭 부딪쳐 볼 계획입니다.
‘청사초롱 (떡케익전문점)’을 통해 양보다 질, 인공 첨가제 대신 천연재료를 사용한 격조 높은 ‘고급 브랜드 떡’의 탄생을 보고 왔다. 서양의 빵이나 케이크에만 열광하지 말고 우리의 떡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뉴질랜드 현지인들이 한국의 전통 떡에 열광할 날을 기대해 본다.
장새미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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