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한국으로 귀국한 NZ 유학생의 활약
사법고시 합격에서 변호사가 되기까지
김 가연 사법연수생
"뉴질랜드로 돌아와 2학년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앞으로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 와 학창시절의 일부를 이 곳에서 보냈지만 취업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자녀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기러기 아빠를 연상시키듯 뉴질랜드 교민자녀들은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새끼 기러기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교민자녀들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롭지만 꿋꿋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열심히 공부해 한국으로 귀국하는 훌륭한 유학생들의 성공담들도 들려 오고 있다. 이렇듯 최근 젊은 미래의 개척, 성공, 높은 보수 등의 꿈을 위해 한국으로 취업하는 교민자녀들과 유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14년 전 뉴질랜드에 유학 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오클랜드 대학교에 입학, 그리고 학업 중간에 편입해 한국 고려 대학교 법학과 졸업 및 사법시험 합격 후 법조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김 가연(29)씨를 만나 보았다.
“1996년 2월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뉴질랜드로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던 외삼촌의 권유로 유학을 오게 되었고, 해밀턴 지역에 위치한 Fraser High School 에 학년을 낮추어서 Form 4로 입학했습니다. Form 6 중간에 Hamilton Hillcrest High School로 옮겨 졸업했고, 2000년 3월 오클랜드 대학교에 입학해 LLB/Bcom (법대와 상대 복수전공)을 하다 2003년 3월에 귀국했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한 기간을 햇수로 따지면 7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대학교를 다니던 도중에 편입을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상황이다. 김 가연 씨는 귀국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금전적 문제가 컸다며, 유학생이었기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들어 1997년 IMF가 터진 이후 유학하는 것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어서 귀국을 결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대학교를 1년 다닌 후 휴학했지만 한국에서 편입은 2학년을 마친 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와 2학년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앞으로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졌거나 다른 계획을 목표로 한국 편입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꽤 있을 것이다. 유학생과 이민자는 국적이 다르기 때문에 편입전형도 다를 수 있다. 유학생들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과 똑같이 일반전형으로 편입을 해야 한다고 김 씨는 설명한다. 하지만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부모님의 직업상 외국에 있었다든지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전형을 마련해 놓은 학교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일반전형의 경우 보통 1차로 전에 다니던 대학교의 성적과 공인된 영어성적(TOEIC, TOEFL 등) 또는 학교별 영어시험을 보고,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2차로 면접을 한 뒤 최종 합격자를 뽑습니다. 특별전형의 경우에는 학교마다 자격조건이나 전형내용이 다르니 따로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외에도 알아보면 참 좋은 학교들이 많기 때문에 자기 전공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대학교를 알아보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가연 씨는 말한다.
뉴질랜드에서 살다 왔으면 한국에서만 준비한 학생들보다는 영어공부가 수월하므로 영어점수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 씨는 법대로 유명한 고려대학교로 편입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처음 지원 당시 영어점수가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서류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두 번 고대 법대 편입에 실패를 하고 2005년 성균관대학교 법대에 편입을 한 뒤 2006년 고대 법대로 다시 편입했다. 그 당시 고대 법대는 일반 편입생을 딱 2명만 뽑았는데 90: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편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는 로스쿨의 도입으로 고대 법대 편입은 불가능하지만, 다른 좋은 대학교의 인기 학과들의 경우에도 편입 경쟁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성균관대에 잘 적응하고 있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다시 지원해 고대 법대로 재편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니 정말 좋았고 지금은 재편입하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법조인이 되고 싶은 건 늘 한결같았다는 그녀는 당시 법조인이 되는 길은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것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별 망설임 없이 법대를 다니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경쟁자들 사이에서 죽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었다. “2009년부터 한국에도 로스쿨이 도입되어서 이제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고시를 패스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4년이란 시간을 투자한 뒤에야 2009년 제 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고 합격의 기쁨은 몇 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지난 3월 2일부터 사법연수생이 되었는데 사법시험을 합격한 경우 보통 그 다음 해에 사법연수원에 입소하게 됩니다. 사법연수원은 2년 과정으로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예비 법조인으로 길러 내는 곳인데, 대학원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사법연수원에는 현직 판검사 또는 변호사들이 교수로 있고, 1년에 2학기씩 4학기제로 되어 있다. 연수생들은 별정직 공무원이란 신분을 갖게 되고 월급도 받게 되어, 돈을 받으면서 공부를 한다는 이점도 있다. “연수원을 수료하면서부터 취업문제를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데, 보통 연수원 성적에 의해 대부분 결정됩니다. 한해 천 여명 정도의 연수생들이 연수를 마친 2년 뒤에 성적에 따라 법원(판사)이나 검찰(검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비공식적으로 100~150등 안에 드는 경우 법원, 300등 안에 드는 경우 검찰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는 연수생들도 많지만, 성적이 좋을수록 로펌이나 회사 취직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결국 연수원 성적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시 준비할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군요.”
김 가연 씨는 연수원 수료 후에 성적이 된다면 법원에 지원하여 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힌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아 온 대부분의 연수생들과 달리 해외 편입부터 시작해 다양한 경험을 해 본 만큼 그녀는 분명 폭넓은 시야를 가진 판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처음엔 뉴질랜드가 그리워 많이 힘들었습니다. 뉴질랜드도 알고 찾아보면 기회가 많은 나라입니다. 우선 뉴질랜드에서 그런 기회들을 잘 잡기 바라고, 한국이 뉴질랜드보다 할 수있는 게 많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들어왔다가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먹고 귀국을 결정했다면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일자리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는데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다들 좋은 학교와 직장에 잘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니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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