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 6.25전쟁 60주년 맞이하다...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 6.25전쟁 60주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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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쟁 당시에 한국 아이들이 나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어요. 나는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 등 먹을 것들을 나누어 주었지만 나중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무 것도 줄 수가 없었어요. 배고픔에 굶주린 어린이들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 프랭크 버틀러 NZ 참전용사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미국을 제외한 유엔회원국 중 유엔 결의에 따라 제일 먼저 군사지원을 약속한 나라는 영연방 국가들이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21개국 가운데 뉴질랜드도 한국전쟁 참전 의사를 표명하며 전쟁 3년 동안 6천여 명의 군사들을 파병했다. 현재 뉴질랜드에 생존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노병은 570여 명, 그 가운데 오클랜드에는 137명의 참전용사가 살아 있지만 그 수는 해를 거듭할 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해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참전용사 오클랜드 지역의 톰 프레이저(Tom Fraser, 84), 닐 버트(Neil Butt, 80), 프랭크 버틀러(Flank Butler, 75) 세 명의 노병들을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들이 겪은 한국전쟁 이야기 및 전쟁 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백발에 푸른 눈동자, 그리고 깊게 패인 주름을 한 세 명의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 노병들이 “안녕하세요.”하며 유창한 한국말로 반갑게 맞이한다. 세 명의 노병들은 오클랜드 알바니에 있는 한 실버타운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한국 교민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며, 한인사회에서 주최하는 한인의 날과 코리안 가든 행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노병들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하며 우리 나라 민요를 불러주었는데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톰 프레이저 노병(84)은 “북섬 파머스톤 노스 군대에서 훈련을 받던 나는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6.25 한국전쟁에 부름을 받고 웰링턴으로 건너가 배를 타고 1950년 12월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당시 내 나이는 24세, 한국에 대한 정보는 조금 있었지만 날씨는 어떤지, 음식은 어떤지 등 생활환경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소름이 돋도록 추웠지만 미국 군인들은 트럼펫을 울리며 우리들을 환영했습니다. 아직도 그 때 당시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군요.”라며 “전쟁터에 첫 발을 내 딛었을 때 두려움에 가득 찾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고 말한다. 

   1950년 12월, 뉴질랜드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여름이었으나 톰 프레이저 씨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안팎으로 느껴질 정도로 칼바람이 부는 매우 추운 날씨였다. 통신병으로 한국전에 참여한 그는 부산에 도착해 10일 정도 있다 밀양으로 움직였다. 그 후 서울로 올라간 톰 프레이저 씨는 군 기지들 사이의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시설 기계 장비 등을 작동하며 전투에 참여했다. 1952년 9월 뉴질랜드로 돌아온 그는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서 돌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3년 전 한국 보훈처로부터 초대받아 4월에 한국을 재방문했을 때 한국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서 못 알아 볼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닐 버트(Neil Butt, 80) 노병은 1952년 한국전을 위해 웰링턴 근처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군대에서 훈련을 받고 동료들과 함께 김포에 처음 파병되었다. 22세의 나이에 한국전에 참여한 그는 영화상영 병사로 전투에 참여했다. 추운 땅바닥에서 얇은 이불 하나만 덥고 자기도 하고, 풀죽과 같은 영양가 없는 음식들과 통조림 음식들로 끼니를 챙기기도 했다. 캔에 들어있는 음식들을 따뜻하게 데워서 먹거나 찬 음식들을 그냥 먹었지만 전쟁 당시 어느 누구도 여유롭게 먹을 수가 없어서 수많은 날들을 굶으며 지내야 했다. 1954년 한국전을 마치고 약 20일 동안 배를 타고 뉴질랜드 웰링턴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에서부터 땅을 밟는 것까지 모든 것들이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부모님이 살고 있는 남섬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갔을 때 부둣가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과 약혼녀가 멀리에서부터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 전쟁 후 한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던 닐 씨는 내년에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 해군이었던 프랭크 버틀러(75) 노병은 1952년 한국전에 참여했다. 한국전에 참여했을 때 그의 나이는 16세였지만 어린 나이의 그는 부모님에게 “뉴질랜드 해군은 한국전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뉴질랜드 해군으로 한국전에 참가할 거예요.”라고 말하고는 고향을 떠났다. 프랭크 씨는 부산에 도착해 북한으로 올라가 대부분의 시간을 북한에서 보냈는데 전쟁 중 머리 뒷부분과 목 주위를 심하게 다쳐 뉴질랜드로 돌아와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도 몸이 불편한 상태이다. 한국전에 참여했을 당시 찍었던 갈색 빛의 낡은 사진 몇 장을 보여 주던 프랭크 씨는 “전쟁 당시에 한국 아이들이 나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어요. 나는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 등 먹을 것들을 나누어 주었지만 나중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무 것도 줄 수가 없었어요. 배고픔에 굶주린 어린이들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전쟁터에서는 동고동락하던 전우들이 한, 두 명씩 죽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기도 하며 정말 고통스러웠죠.”라며 눈물을 훔친다.

   한국전에 파병된 세 명의 키위 할아버지들은 태극기를 보면 아직도 마음이 뭉클해 지고 언제나 한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톰 프레이저 씨는 아들과 함께 내년에 재방한을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전쟁에 참전한 나라를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 보다 눈으로 직접 보여 주고 싶다며 내년에는 아들과 꼭 한국을 방문하길 바라고 있다. 닐 버트 씨와 프랭크 버틀러 씨도 역시 내년 재방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협의회(NZKVA, NZ KOREA Veterans Association) 오클랜드 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는 닐 버트 씨와 연락 담당을 맡고 있는 프랭크 버틀러 씨는 뉴질랜드 한인사회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톰 프레저 씨 역시 참전용사협의회 회원으로 한국 사회와 교류하고 있다.

   한국 교민 사회에서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예우를 갖추고 존경하는 모습에 항상 가슴이 따뜻해진다는 세 명의 참전용사들은 전쟁 속에서 두렵고 고통스럽도록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지만 전쟁에 참전한 것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며,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해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워 한국 묘비에 잠들어 있는 전사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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