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침술 이어받아 환자들 돕고 싶어요" - 소냐 리 침구사

"아버지 침술 이어받아 환자들 돕고 싶어요" - 소냐 리 침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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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붙들고 줄을 서서 침 놓아 달라며 하소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요. 심지어 친척집에 방문하기만 해도 아버지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는 동네 사람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지요.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성의를 표하기 위해 잡곡, 김치, 계란 등을 가져다 주었고 우리 집에 김치가 바닥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웃음)”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일까? 환자들이 아버지의 손을 거쳐 가면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훌륭한 침 기술을 물려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고 하는데... 침구사라는 외길을 걸어온 소냐 리(40) 원장님과 그녀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이순용(77) 선생님을 만나 침구학과의 인연에 대해 나누어 보았다.

문 앞에서 필자를 반갑게 맞아 주는 소냐 리 원장님이 선뜻 악수를 청하더니 “반갑습니다. 그런데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 침 한방 놔 줘야겠네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보통 환자들과 처음 대면할 때 악수를 해보고, 그들의 피부 톤을 살펴보게 돼요. 손이 차가운지, 피부색이 누렇게 떴는지 등 표면적으로 1차적인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직업병이죠.(웃음)”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소냐 원장님은 최근 개인적인 가족사로 새롭게 이주한 홈 클리닉 때문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겠어 호주에 계시는 아버지께 SOS를 요청했지 모에요. 보통 일 년에 한 두 번씩 부모님을 초청하는데 부모님이 오시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아버지가 뉴질랜드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교민들도 많을뿐더러 아버지의 침 기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에요. 어머니는 손녀들을 돌봐 주시고 집안 일을 도와주세요.”

혼자서 침술원을 운영하고 어린 두 딸들을 키우는 막내 딸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는 이순용 선생님은 이러한 내 딸이 남몰래 얼마나 고생을 했겠느냐며 금새 눈시울을 붉힌다. 이 선생님께 침구학에 열정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한국에서 유도 7단 공인이었는데 유도술을 동기로 침구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1970년대 침구학이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의학으로 인식되자 이에 크게 낙담하고 1979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갔죠. 호주에서 침대 6개만 놓고 침술원을 개업해 90%의 외국인 손님들을 대상으로 침을 놓았죠. 입 소문이 얼마나 빠르던지 호주 유명 사업가들에서부터 고관들까지 소개를 받아 침을 맞으러 오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어쩔 때는 예약환자들이 넘쳐서 못 받을 때도 있을 정도였어요.” 이 선생님을 보기 위해 해외에서도 예약 방문하는 환자들도 많았고, 반대로 몸이 불편한 고관들이 해외에 나갈 때는 이 선생님에게 부탁해 함께 출장을 요청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 선생님께 고통을 하소연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부인병과 중풍 등 고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었다. 무리하게 체력을 소모하는 일도 있고 아픈 환자들을 대하면 금새 피곤해질 법도 하지만 이 선생님은 “나는 환자를 돌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나는 침술에 미쳐서 하루라도 환자를 안 보면 견디지 못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데 미치려고 하나요? 몇 년 전부터 호주에서는 침구학을 배우기 위한 대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죠.”라고 말한다.



현재 이 선생님은 호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침술원 운영은 안하고 오로지 소냐 원장님을 돕기 위해 뉴질랜드에 가끔 방문해서 진찰에 응하고 있다. 원래는 소냐 원장님의 둘째 오빠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가기 위해 침술학과에 입학했으나 환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지 침술학과를 도중 하차하고, 당시 물리학과를 다니고 있었던 소냐 원장님이 아버지의 신기에 가까운 특별 침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아버지 몰래 침술학과로 전과했다고 한다. 침술학과 마지막 학년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알게 되었다고… 호주에서 침술학과 4년 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질랜드에서 침술원을 개업한 소냐 원장님은 “나를 믿고 건강을 맡기는 환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서 기쁩니다. 비록 내 몸이 힘들지만 여러 환자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에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와 계시는 동안에는 아버지의 침술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버지의 훌륭한 기술과 나만의 노하우를 잘 혼합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두 명의 어린 딸들이 있는데 우리 딸들은 어렸을 때부터 침도 자주 맞아 봤고, 할아버지와 저를 대상으로 간단한 침도 놓아 주곤 해요. 제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 내가 침 놔줄까?’ 하고 달려오는 딸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나중에 아버지와 저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라는 기대를 해 보기도 합니다.”

각박한 이민사회에서 정착하기 위해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이민 1세대들을 위해 소냐 원장님은 “몸이 조금 불편해도 ‘좀 있으면 곧 괜찮아 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참다가 병이 더 깊어질 수가 있는데 병은 발견했을 때 바로 잡아 줘야 그 치료기간이 최소화 됩니다. 병을 키우다 보면 치료기간도 길어지고 회복도 힘들어지게 되죠. 또한 침으로 환자들을 회복시킬 수도 있지만 이들이 섭취하는 음식과 긍정적인 마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라고 당부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면 우울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병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녀의 말. 요즘은 옛날처럼 전염병으로 앓는 사람들보다는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발생하는 병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알맞은 음식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도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보약이 아닐까 싶다.

이 순용 선생님은 “교민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민간요법이 있어요. 요새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접하는데 취침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잔다면 기관지에 찬 바람이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시켜 감기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거에요. 간단하고 쉬운 민간요법이기 때문에 한 번씩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라고 전했다. 이 선생님은 막내 딸을 두고 호주로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지만 잘 견뎌 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서로 멀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으니 손녀들과 딸이 보고 싶을 때는 자주 왕래할 계획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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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5,004 | 200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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