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뉴질랜드 한인 교민들의 현지사회 진출이 점차 확장되어 가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대학교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학업 준비 및 미래 설계를 위해 세계 곳곳으로 역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현지사회에 동화되어 열심히 살아가는 1세대와 1.5세대들을 보면 마음이 훈훈해 지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뉴질랜드 이민사회에서 남들에게 본이 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민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과 현재 학업과 취업을 코 앞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직업 소개를 해줄 수 있는 각 분야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약학과를 졸업해 오클랜드 헬렌스빌 지역에서 유니켐(UNICHEM) 현지 약국을 경영하는 유승훈씨와 허초록씨 부부약사를 만나 보았다.
“만약 뉴질랜드가 아닌 한국에서 공부했더라면 약사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드네요(웃음)” 유승훈씨는 뉴질랜드 이민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라며, 이 곳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선택하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유씨는 1994년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에 이민을 오게 되었고, 한국과는 사뭇 다른 교육환경에도 쉽게 적응하며 남섬 오타고 대학교 약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단 한 번의 낙제 과목 없이 4년 과정의 약대를 졸업하게 된 그는 뉴질랜드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이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이 특별히 필요 없지만, 한국의 경우 학교가 학원에서 미리 진도를 나간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공부를 하게 되니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입시문턱이 높아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사실 그는 공대 지망생이었지만 부모님의 조작(?)에 의해 약대를 지원하게 되었다고 웃으며 털어놓는다. “저에게는 형이 있는데 어렸을 적부터 형이 하는 것은 모든 따라 했어요. 형이 저의 Role Model 일 정도로 형이 하는 과목들을 전부 따라 했죠. 하지만 형이 먼저 공대에 입학한 후 ‘너와는 적성이 맞지 않는 것 같으니 다른 학과를 알아보는 것이 어떠니?’라고 조언을 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졸업 후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공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해 왔는데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한 거죠……” 그 후 유씨가 한국에 잠시 들어간 사이 그의 부모님은 여기 저기 정보를 수집한 후 아들의 원서를 오타고 대학 약학과에 넣었고, 유씨는 부모님 결정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내 놓는다.
대학교 졸업 후 인턴 약사 과정을 하기 위해 그는 오클랜드를 벗어난 왕가레이의 한 약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그는 같은 곳의 정식 약사로 근무하게 된다. 약국에서 주니어 약사로 시작해 매니저 직분까지 상승하게 된 유씨는 당시 인턴 약사로 들어온 대학교 후배 허초록씨를 만났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다.
허초록씨는 아픈 환자들에게 알맞은 상담과 처방조제를 해 주는 것이 약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약 조제와 처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약학 코스를 더 밟아서 자기 발전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약국을 경영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회계,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코스를 따로 공부해 약국을 전문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유씨도“대부분의 약사 후배들이나 약사 지망생들은 개인 약국을 경영하는 것이 꿈일 텐데 이 분야의 많은 경험이 필요해요. 특히 약국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매니지먼트와 어카운팅 코스 등 경영에 도움이 되는 코스들을 배워 전문 경영 지식을 쌓고, 약국 매니저 시험이 따로 있는데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공부가 요구되죠.”라며 끊임없는 자기 발전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대학생 때도 될 수 있으면 약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 하고 경험을 쌓는다면, 인턴쉽을 구하거나 정식 약사로 취업할 때에 고용주로부터 플러스 점수를 받게 된다. 허씨는 약학과를 졸업해 보니 약국에서는 대학교 성적으로 약사를 뽑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의 인성과 성품, 그리고 그가 이루어 온 경력들을 제일 먼저 본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환자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알맞은 약을 권해주며 약을 올바로 제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학교 성적이 아무리 ‘All A’라고 해도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경험이 전혀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유씨 또한 본인도 약사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볼 때에는 가장 먼저 경력 부분부터 체크한다며 약국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뽑는다고 한다. 또 한가지의 팁(?)을 주자면, 오클랜드를 벗어난 지역에는 아직 약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클랜드에서만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 말고 시야를 좀더 넓혀 오클랜드 외의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도 경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 국가시험 자격증(인턴 약사 1년 후 약사 국가 시험을 보게 된다.)을 취득해 주니어 약사로 일하게 되면 초봉은 약 6만~6만 5천으로 시작하게 되고, 그 후 경력에 따라 연봉은 차츰 상승된다. 또 매니저 약사의 경우 연봉 10만 불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허씨는 설명한다.
이들 약사부부는 앞으로 경영과 약사로써의 경험이 좀 더 쌓이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한국 교민들을 위한 무료 전화 상담, 또는 거리가 멀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 주면 약을 배달을 해 주는 서비스 등을 차근차근 계획하고 있다.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유승훈씨와 허초록씨 부부는 목표 있는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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