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헐렁한 힙합바지에 삐딱하게 모자를 눌러 쓰고 리듬에 맞추어 온 몸을 돌리고 비틀며 춤을 추는 남자들 하면 단연 ‘비보이(B-BOY)’가 생각나지 않나 싶다. Break boy, Beat boy, Bronx boy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B-BOY는 미국의 흑인 음악에서 전래 되었고, 고난도의 기술과 창의력이 필요로 하는 열정적인 댄스 장르이다. 비보이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비트와 열정만 있으면 길거리나 공원 등 확 트인 공간에서 멋진 무대를 만들어 낸다. 한국에서는 비보이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발레와 국악 등 전혀 상반되는 장르들과 함께 훌륭한 공연을 보여 주기도 해 주변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이색적인 무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 비보이는 한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젊은 층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비보이가 자리 잡기 시작한지 10년 안팎으로 미국과 한국에 비해 크게 발전되진 않았지만, 몇 안 되는 비보이 그룹끼리 친밀도도 높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한다. 현재 뉴질랜드 내에서 전문 비보이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차세대 비보이 김정태(20)군을 만나 뉴질랜드의 비보이 문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뉴질랜드의 B-boy 문화뉴질랜드에는 두 개의 큰 비보잉 대회가 있는데 하나는‘Battle Cry’로 팀 배틀(Team Battle) 형식의 대회이다. 상대 팀보다 멋진 테크닉과 묘기를 보여 주기 위해 한 팀씩 나와 서로 보란 듯이 경쟁을 한다는 뜻에서 배틀(Battle) 이라는 말이 붙여졌다. 강한 비트와 리듬으로 매년 멋진 대회를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FLESH MAZE 라는 오클랜드 비보이 크루(crew)가 우승을 했고, 2008년에는 COMMON GROUND 라는 크라이스트처치 비보이 크루가 우승을 차지했다. 또 하나의 큰 대회는‘Body Rock’이라는 대회인데 이 대회는 1대1 배틀 형식으로 실시된다. 매년마다 전문 비보이가 섭외돼 3일 동안 강의도 하고 대회 심사에도 참여한다. 이 대회는 전국의 비보이들이 다같이 모여서 원을 가운데 남기고 한 명씩 나가 서로의 실력을 과시하는 프리스타일 배틀로 진행이 된다. 이 대회는 아쉽게도 스폰서가 끊기는 바람에 2008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뉴질랜드 내 한인 B-boy들의 활동비트와 리듬, 그리고 화려한 춤 동작에 매력을 느낀 젊은 한인 청년들이 댄스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 보자고 생각해 소규모의 비보이 그룹이 형성 되었다. 2006년 AUT 학생들이 Untitled Crew 라는 대학교 댄스 동아리를 최초로 만들었고, 그 후 오클랜드 대학교에서는 D-Crew 라는 비보이 동아리가 형성되면서 현재는 IGNITION CREW 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RTD(Rock Till Death) Crew 라는 신인 크루가 탄생해 한인 비보이들이 연합으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한인 비보이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씩 춤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전문 비보이들의 동영상 자료를 보며 기술을 연마하고 개인의 스타일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다소 과격한 몸 동작 때문에 연습 내내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간혹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비보이들의 열정과 땀방울은 최고의 길로 달려가고 있었다. 한인 비보이 크루는 지난 2006년 비보잉과 댄스를 주제로 삼은 드라마 오버더레인보우(Over the Rainbow) 촬영 팀이 오클랜드에 왔을 때 인연이 되어 출연을 하기도 했다. 그 후 대학교 축제인 ‘두루제’와 교민 최대 축제 ‘한인의 날’ 등 크고 작은 행사에서 비보이의 멋진 무대를 선보여 왔다. 그 외에도 현지 대회인 ‘Asian Music Festival’, ‘Battle Cry’, ‘Converse 2on2’, ‘NZ Hiphop World Championship’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해 활동영역을 넓혀 왔다.
뉴질랜드 내 유명한 B-boy 크루오클랜드에서는 우승 타이틀이 가장 많은 FLESH MAZE CREW가 비보이 크루 중 가장 유명하다. 주로 스타일 무브, 즉 올드스쿨 비보잉을 추구하는 크루이다. 그 외에도 PACEROCK, HAGGA, MAYHEM 등 오클랜드 내에서 유명한 비보이들이 있다. HAGGA 는 최근에 2008년 BODY ROCK(1:1 배틀)에서 우승을 했고, PACEROCK도 BODY ROCK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COMMON GROUND CREW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활동 하는 크루로 2008년 FLESH MAZE를 꺾고 BATTLE CRY에서 우승한 유명한 팀이다.
B-boy의 장르비보잉은 크게 스타일무브(style move)와 파워무브(power move) 이렇게 두 분류로 나눠져 있다. 스타일 무브는 비보잉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요소로, 비보잉이 처음탄생 했을 당시 스타일무브가 가장 먼저 개발되었다고 한다. 스타일 무브는 창조성을 많이 요구하며, 비보이마다 개성 있는 스타일 무브를 보여 주어 어떤 면에서는 파워무브 만큼 연마 하기 어렵고, 깊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파워무브는 흔히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비보이 동작들이다. 윈드밀, 헤일로우, 토마스, 해드스핀, 에어 플레어, 나인티 나인티 등의 테크니컬한 동작들로 원시력을 이용하고, 몸의 익숙해질 때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로 한다. 진정한 비보이라면 어느 한 분야에도 게을리 해선 안되고, 모든 분야를 차별없이 배워야 비보잉의 아름다운 춤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활동 계획올해로 20살 새내기 대학생이 된 김정태군은 대학 생활에도 충실하면서, 비보잉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새로 만든 비보이 크루에 멤버들을 더 영입하면서, 당당하게 뉴질랜드 1위 한인 비보이 크루라는 타이틀을 얻는 목표로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퍼포먼스와 대회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스튜디오를 차려 청소년들에게 춤도 가르치고 전문 안무가도 되고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춤을 추며 투어를 하고싶은 마음도 있다고…… 비보잉은 노력 없이는 절대로 출 수 없는 춤으로 자신감, 끈기와 노력, 팀워크, 리더쉽, 성취감 등 많은 플러스요인들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춤이다. 김군은 비보잉이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는 그 날까지 열심히 노력해 최고의 전문 비보이가 될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보여 주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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