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 AK07 현악 오케스트라 리더 -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리

[352] AK07 현악 오케스트라 리더 -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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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타고난 천재와 만들어진 천재가 있다면, 그는 이 둘을 정확히 반반씩 합쳐 놓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5세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14세에 오클랜드 필 하모니 스타라이트 페스티발에서 데뷔하고, 18세에 올해의 영 뮤지션으로 뉴질랜드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던 이 사람. 바로 Eugene Lee (유진리, 본명 이남식/1986년생) 다.

오클랜드 대학의 음악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Honors Degree를 공부하고 있는 유진 리 씨는 요즘 오클랜드 페스티발 오프닝 공연 준비를 앞두고 맹 연습 중이었다.  
    
다섯 살 때 우연히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가 그의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돼 현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는 유진 리. 여느 음악가들처럼 엄격한 부모 밑에서 맹 훈련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독 빠른 진도를 보이는 아들의 범상함을 눈 여겨 본 어머니는 연습시간 만큼은 꼭 옆에서 함께 하시는 것으로 자식에 대한 관심과 정성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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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음악 공부는, 가족이 모두 뉴질랜드로 건너 온 1995년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사실은 피아노를 하고 싶었는데.... 피아노를 구할 수 없어서 바이올린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벌써 10여 년이 흘렀네요."

보통 돈 좀 있는 집 자제들이나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유진 리 씨의 케이스는 좀 다르다. "저도 어렸을 때는 우리 집이 꽤 잘 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좀처럼 자식들에게 어려운 내색을 안 하셨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제가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보니까, 그 동안 뒷 바라지 해 주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페인트 업을 시작하신 아버지와 아직도 일에서 손을 놓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그는 과외로 버는 돈을 모두 어머니께 드린다. "저도 그냥 제가 쓰고 싶죠. 그런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는 얼마 전 생활비를 내 놓는 자신을 끌어 안고 울며 기도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머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며 울먹거린다.  

사춘기 때는 끝없는 연습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친구들과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와 연습에만 매달려야 했던 생활은 지겹기만 했고, 반복되는 연습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투덜거리고 반항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고 결국 저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참고 연습을 반복하는 수 밖에 없었죠."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는 장학금을 받으며 칼리지 과정을 마칠 수 있었고 큰 무대에 설 기회도 자주 얻게 되었으며, 수상 경력도 쌓여 갔다. "남들보다 제가 많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히 한국 친구들은 무슨 일이든 열심이고 재능도 많죠. 다만, 무대에서 떨지 않는 것이 저의 큰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 서서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 바로 느끼고, 박수를 받으면 너무 감동스러워요." 무대를 즐기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강점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실 공연을 앞두면 밥 먹는 시간과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바이올린을 끼고 사는 연습 벌레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겠지만, 음악은 뚜렷한 목표를 정할 수 없는 분야예요. 실력의 기준이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는 순간까지 연습과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죠."

험난한 예술가의 길을 걷느라 쌓이는 무지막지한 스트레스를 푸는 그의 방법은 의외로 천진난만 하다.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오락도 하고... 요즘은 동생이랑 밤새 수다를 떨어요."

수더분한 성격 때문인지 그는 주변에 친구도 많고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 학교에 있는 시간 외에는 주로 한국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클럽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노는 것 보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사는 얘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다는 그는, 자신의 이런 취향에 대해 "저는 한국 사람인걸요.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봐요."라고 말한다. 말을 듣고 보니, 그의 한국말은 이민 1.5세대 치고 지나치게 유창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말투가 어눌하다거나 보통의 한국인들에 비해 어휘가 딸린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어찌 된 일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친구들과 자주 접하면 탄력을 받아서 말을 더 잘 하게 되요. 따로 연습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이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라며 웃는다.

그는 현재 지도 교수인 Elizabeth Holowell 씨의 추천으로 영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뉴질랜드 생활에 적응이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배들이 있어요. 가장 흔하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지만, 연습엔 왕도가 없다. 꾸준히 참고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라는 말 밖에 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없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한쪽 손이 부러지더라도 어떻게 든 계속 음악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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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리씨가 리드하는 현악 오케스트라는 오클랜드 대학의 현악기 연주자 중 가장 출중한 멤버만 추려서 만들어졌다. 이 팀은 독일의 유명한 지휘자 Wolfram Christ와 함께 오는 3월 19일 오후 6시 오클랜드 페스티발 Music At Twilight에서 오프닝 연주를 맞는다.


취재 : 이연희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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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Yes) 문화가 아닌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한국인이 될 것입니다." 메시 대학교 아트리움 빌딩 앞,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명의 젊은 대학생(?)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자 허겁지겁 달려갔다. 서로 인사를 가볍게 나눈 후 실내로 들어가면서 오랜만에 같은 나이 또래 사나이들의 멋진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Easter Holiday 첫날, 뉴질랜드에서 막 힘찬 발걸음을 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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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무의식을 의식의 세계로 - 1.5세대 화가 김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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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80%만 살아라, 늦게라도 가면된다. - 문상익 변호사

댓글 0 | 조회 9,330 | 2008.07.26
1975년 육군 사관학교(35기)를 졸업하고, 한양대 MBA 과정을 거쳐, 미국에서 계약법을 전공. 국방부에서 대미국 국제협력 및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국제 협력관으로 근무하다가 1999년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총 7년 간의 학업 끝에 지금은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남자 .이 별난 이력의 주인공은, 바로 중국계 로펌 "Hong hu Lawyers"에서 한국인 변호업무를 맡고 있는 문상익 변호사 (51세)다. 한창 나이… 더보기

[354] 나는 태권도 외교관 - 오진근 관장

댓글 0 | 조회 5,049 | 2008.07.26
2004년, 뉴질랜드 태권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베리나 위홍이(Verina Wihongi) 선수. 오세아니아가 아시아 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과 이란 등의 강국을 제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뉴질랜드 선수가 1위를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위홍이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그 자체로 뉴질랜드와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것이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