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전문 분석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뉴질랜드 한인 변호사가 있다. 격투기 전문 분석 채널 ‘차도르’(www.youtube.com/c/차도르)를 운영하면서 현재 구독자 70만명과 1천개의 콘텐츠, 누적 조회수 약 8억뷰에 오른 대형 채널을 운영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격투기 유튜버, 방송 해설자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종합격투기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힙합 음악가의 꿈을 이루었지만 변호사로 변신 그리고 방송인으로 다시한번 변신에 성공한 뉴질랜드 동포, 차도르(김채영)를 만나 보았다.
격투기 유튜버이자 한국에서 방송 활동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처음 시작은 뉴질랜드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격투기 관련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은 격투기나 무술 자료화면이 나오면서 나레이션을 하는 ‘리뷰’ 형식으로 처음 시작했다. 차도르의 예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격투기 선수가 효도르이고, 목소리 톤이 차분하여 ‘차분한 효도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고, 유튜브 채널은 닉네임에서 그대로 따왔다. 이후 채널의 규모가 커지자 조금 더 상업적인 각도에서 채널을 바라보게 되었고, 예명이 너무 길다고 판단하여 오랜 고민 끝에 ‘차분한 효도르’를 한 단어로 합쳐 ‘차도르’가 되었다. 현재는 격투기, 무술 분석뿐만 아니라 경기 해설, 일상 브이로그, 격투기 소식, 유명인 인터뷰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힙합 음악가의 꿈을 이루었지만 변호사로 변신
원래 고등학생때까지 힙합 음악을 했다. 한국에 자주 놀러갔고, 인터넷으로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활동했다. 힙합 대회도 우승했고, 지금은 지코, 기리보이, 박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랩퍼들이 무명이었을 때 같이 활동하거나 어울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힙합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음악으로 경제활동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고교 마지막 학년때 음악인의 꿈을 접었다. 이때 독기가 생겨 경제적인 걱정을 다시는 안해도 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힙합의 특성상 내가 직접 작사도 했는데, 이 때문에 시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다니던 크라이스트처치 보이스 하이스쿨에선 문학에 재능을 보인 학생들에게 영어 수업(Cambridge)을 듣게 했다. 이때 내가 영어 전교 1등을 했다. 문학이 내 특기라고 생각하고 문과중에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법을 고르게 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변호사나 검사의 이미지가 멋있다고 생각한 것도 한몫 한 것 같다.
변호사에서 방송인으로 변신
격투기 유튜버를 시작하면서 알고리즘을 분석해보니 영상 업로드 횟수가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5년이 넘도록 매주 영상을 4~7개씩 올리고 있다. 처음 시작은 작업량이 많다 보니 혼자서 채널을 운영하기는 무리였고, 당시 토목 기사(civil engineer)로 일하고 있던 고등학교 동창을 밤새도록 설득하여 각자 직장에서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현지 로펌(Cameron and Co)에서 상법 전문(commercial law) 변호사로 근무했었다. 꿈에 그리던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되었지만, 창작에 대한 욕구는 그대로 남아있어 꿈틀거리고 있어 취미삼아 종종 음악과 영상을 만들었는데, 당시 유튜브라는 플렛폼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시기라 유튜브에 도전하게 되었다. 변호사가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이미지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신분을 철저하게 숨겼다. 채널에서도 얼굴이나 본명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영상 조회수가 수 천만뷰가 나와도 지인들에게도 절대로 알리지 않았다. 구독자 10만이 다가오던 시기에 두 직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둘 중 하나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와이프가 “그토록 열망하는 분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이 이상 어떤 확실한 증거가 더 필요하냐”며 많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반대가 굉장히 심해 설득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뉴질랜드에 미디어 회사를(C F Media Ltd) 만들었다. C F는 차분한 효도르를 영어(Calm Fedor)로 표현한 약자이다. 현재 한국에서 따로 회사를 운영 중이진 않으며, 크리에이터로서 CJ ENM에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CJ ENM 소유의 TV 채널인 tvN 스포츠에서 UFC 해설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격투기 단체 AFC 홍보 위원장이며, 대한 무에타이협회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 학생 후배들에게
내가 유튜버나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뉴질랜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가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 못 된 생각이다.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는 행동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고등학생때 많은 시간을 공부와 음악을 병행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결과적으로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개인 시간이 많아 취미로 유튜브를 할 시간이 생겨 유튜버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뉴질랜드 사회의 최대 장점은 개인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개인 시간이 많아 지루하다는 이유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단 자신의 취미에, 혹은 사교단체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면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다. 그 지루함을 지우기 위해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길 바란다.
일에 대한 만족감과 즐거움 최대
구독자 10만이 되었을 때 이미 유튜브 수익은 변호사 연봉을 몇배로 뛰어넘었다. 다만 가장 큰 고민은 수년간 열심히 공부하여 겨우 변호사라는 꿈을 이루었는데, 이것을 내려 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지금이 변호사때 보다 생각할 것도 많고 스케줄도 훨씬 더 바쁘지만, 직업 만족감이나 즐거움은 비교할 수가 없다. ‘전세계 모든 직업의 수입이 동일했다면 나는 어떤 일을 했을까’라고 자문해봤는데, 그 답은 격투기 해설가, 혹은 격투기 프로모터였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출신의 격투기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현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 그리고 마크 헌트나 레이 세포도 뉴질랜드 사람인 만큼 뉴질랜드엔 유명한 격투기 선수들이 정말 많다. 격투기 많이 사랑해주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