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년이 연출한 단편영화 <Lost Goodbye, 잃어버린 작별>의 첫 예고편 영상이 공개되면서 뉴질랜드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흥미진진한 단편영화를 통해서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10월에 있을 안락사 법안, 국민투표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고 고민해서 투표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한인 청년 영화 감독, 양종찬 씨를 만나 보았다.
9월 26일 발표되는 단편영화 <Lost Goodbye, 잃어버린 작별>의 예고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어 힘든 작업이었지만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락사라는 행위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오클랜드 대학교 영상제작학과에서 공부를 할 때였지만 부전공으로 철학 수업시간에 안락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학생 때였지만 안락사와 관련해서는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인지 아닌지를 결론 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 때는 한 아이디어, 이론적으로 지성적(intellectually) 흥미로운 주제라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안락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담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2월 뉴질랜드 국회에서 안락사 법안이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면서 안락사는 흥미로운 이론적인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실질적으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다시 안락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지만, 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지난 2018년 본인이 궤양성 대장염 판정을 받은 이후였다. 불치병을 앓고 아파보니까 왜 사람들이 안락사를 원하는지도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그리고 육체적으로 고통이 심할 때 얼마나 정서적으로도 힘들고, 안 좋은 생각들을 벗어나기 힘든지를 경험하면서 건강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안락사 법안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의사, 정치인들의 전문가들의 말과 안락사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의 통계를 찾아가면서 객관적인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답과 이유를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여우주연상, 실력파 배우 섭외
영화의 레이첼 역을 맡은 Sia Trokenheim은 2014년 뉴질랜드 영화 시상식(Rialto)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 배우이다. TV2 코미디 드라마 <Step Dave>에서도 주연을 맡았고 자녀를 갖게 되면서 잠시 연기를 쉬고 있다가 다시 연기를 시작하려는 참에 <Lost Goodbye> 대본을 보고 동참하게 되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작별’이 Sia의 공백 기간 이후 첫 작품이다. 그리고 엠마 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 배우를 찾을 수 있을지가 제작 과정 초반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엠마 역을 맡을 배우를 찾기 위해 대략 100명의 젊은 여배우를 본거 같다. 우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많지만 엠마의 복잡한 육체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고통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어린 배우는 많이 없었지만 결국 캐스팅된 Maddie McCarthy가 매우 독보적이었다. Maddie는 뉴질랜드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는 많이 없지만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어린 나이에 TV1 드라마에서 데뷔를 한 배우이다.
제작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 영화인들에게 감사
영화의 촬영 기간은 3일이었지만 촬영하기 전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다. 그 과정안에 시나리오를 3번 다시 쓰게 되었다. 구체적인 예산은 밝히기 어렵지만 일단 정부에서 펀딩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서 예산을 모으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지만 많은 영화 인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인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현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 프로젝트가 모두 멈춰져서 많은 연기자들과 스텝이 쉬는 동안 참여해 주셨고 촬영 장소도 매우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의 취지를 응원하는 회사들과 개인의 촬영장소, 장비와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어서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다시 한번 도움을 준 영화인들에게 감사드린다.
문학소년의 꿈, 영화 감독
어릴 때부터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유치원, 초등학생 때는 만화책을 그려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던 기억이 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조금 발전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영화 감독이 되고 싶은 꿈을 꾸었다. 어릴 때는 내가 구상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읽고, 보고, 들으면서 나오는 리액션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고학년이 되면서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보다는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책은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서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은 관객의 감정과 생각을 더 섬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고 느꼈다.
뉴질랜드 영화 제작에 참여
2017년 워너 브라더스 제작사의 영화 <메가로돈>을 PA로 참여하면서 영화 산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바로 다음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디즈니의 <시간의 주름(2018년)>이 뉴질랜드에서 촬영할 때 참여했고, 그 다음으로는 넷플릭스의 The New Legends of Monkey, Amazon Prime의 The Wilds, 짧게로는 뮬란 실사판(2019년)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했다. 감독으로서는 2019년에 뉴질랜드의 저명한 영화 제작대회인 48시간 영화 콩쿠르에서 최연소 팀으로 각본상, 촬영상, 미술상 총 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면서 오클랜드 우승 후보로 선정됐다.
힘든 작업일수록 기억에 남아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텝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통해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 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간의 주름’ 촬영이었다. 3주의 짧은 촬영이었지만 잠을 안자고 작업현장에서 일했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 남섬에서 촬영이 끝나고 3일후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는데 에바 두버네이 감독이 후보로 지명되었는데 공항에서 차로 3-4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서 마지막날 촬영이 끝났다. 감독은 칵테일을 마시면서 스텝에게 인사하는 도중에 헬리콥터가 오더니 공항으로 가고 거기서 오프라 윈프리의 개인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바로 떠나는 상황을 보았다.
점점 성장하는 뉴질랜드 영화 산업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의 영화 촬영은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환경을 배경으로 둔 장면들을 찍으려고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아바타처럼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을 찍는 영화가 더 많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환경은 보너스일 뿐이지 할리우드 영화를 뉴질랜드에서 찍는 이유는 환율, 해외 영화를 위한 특급 세금 환급 시스템, 탑 배우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 그리고 뉴질랜드 스텝들의 실력이다. 올해와 작년만해도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드라마 시리즈, 뮬란,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 The Wilds 등의 넷플릭스, 디즈니를 포함한 많은 할리우드 제작사 영화가 만들어졌다. 뉴질랜드 영화, 드라마를 포함한 영상 산업의 일년 수익이 약 3 billion dollars로 엄청난 금액이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