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와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1.5세대 교민 음악인이 있다. 음악을 통해서 긍정적 에너지를 얻으며 본인이 타고난 음악적 감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적 색깔을 찾아냈다. 지난 11일(금) 뉴질랜드 첫 데뷔작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 <Cheshire>을 발표한 재즈 피아니스트, 싱어송라이터 최수정(Crystal Choi)씨를 만나 보았다.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삶
음악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1979년도 제 1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입상한 <흰돌 검은돌>듀오 출신인 아버지의 음악적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음악을 항상 좋아하고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을 끝마칠 무렵 뉴질랜드로 이민 온 후, 20년간 오클랜드에서 지내왔다. 고등학교 (Westlake Girls)시절 들었던 합창단의 영향으로 성악을 전공 하기위해 작곡과 즉흥연주의 매력에 빠져서 마지막 학년에 지원하는 과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 오클랜드 대학교 재즈과(피아노)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즈과를 졸업하고 오히려 재즈에서 마음이 조금 돌아섰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몇 년 간 슬럼프에 빠졌다. 또한 부모님 역시 전문 음악인의 길을 반대하면서 음악을 포기할 생각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로 포기하면 후회가 클 것 같아서 이것저것 경험을 만들기 위해 재즈학과 졸업생들처럼 세션 일도 뛰어보고, 광고 음악 녹음에도 참여해보고, 자작곡을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콜라보를 시도하면서 2018년에는 뉴질랜드 인기 아티스트 Jonathan Bree와 Princess Chelsea의 키보디스트로 유럽 투어와 한국공연을 다녀올 수 있었다. 특히 한국 공연은 가족 방문이 아닌 공연하는 뮤지션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너무 감동이 컸다. 그 때 “꼭 내 자작곡으로 밴드를 꾸려 한국에서 공연해 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후로 조금씩이지만 하고싶은 음악에 대한 방향도 잡히게 되었고, 유럽 투어 중 썼던 곡과 그 후에 썼던 곡들이 지금의 Phoebe Rings 노래들이다.
본인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 발표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Cheshire>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지만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했다. 예전 콧대 높던 대학생 시절엔 아무도 내 음악을 이해 못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졸업하면서 사람들과 더욱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진 것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지만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이번에 발매한 디지털 싱글 <Cheshire>는 20대라면 언젠가 느껴봤을 만한 자신을 자신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갈망을 담았다. 가사는 행복한 순간들도, 자신이 괜찮게 느껴지는 날들도 분명 있지만 마치 체셔 고양이처럼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고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다 보면 자신을 받아들이기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 싱글<Cheshire>, 음악장르는 드림팝 (Dream pop)이다. 90대에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락 음악의 요소와 사이키델릭 락, 그리고 재즈 화성이 섞여 있는 음악이다. 어렸을 때부터 몽환적인 인상파 클래식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으며 프랑스 인상파 작곡가인 모리스 라벨이 평생 롤모델이었다. 또한 좋아하는 밴드, Stereolab와 Broadcast 영국 락밴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이번에 발표한 <Cheshire>앨범은 가볍고 대중적인 느낌에서 너무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몽환적인 분위기나 화성에 상반되는 경쾌한 리듬을 많이 넣었다.
밴드 멤버는 Simeon Kavanagh-Vincent (기타, 신디사이저, 백보컬), Benjamin Locke (베이스), Alex Freer (드럼)다. Simeon 같은 경우엔 서로 다른 밴드에서 공연하는 걸 보면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단 생각을 늘 했었고, Ben 은 현재 일하고 있는 음악 소프트웨어 회사 동료이자 친구이고, Alex는 내가 Alex의 밴드인 A.C. Freazy에서 키보드를 치면서 알게 되었다. 다들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는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워진 공연업계
얼마전 시티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되었다. 사실 공연 계획이 꽤 많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무산되었다. 그래도 지난 7월 공연은 많은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The Powerstation, 대규모 공연장에서 한 오프닝 공연이었다. 레벨 1이 된지 한달 만에, 그리고 락다운이 되고 나서는 4개월만에 한 공연이라 다들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했다. 하지만 현재 까지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음악인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오클랜드에 부족한 공연장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디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동했던 venue가 최근 이번 코로나 사태를 못 견디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레벨 2 때는 그나마 리허설이나 녹음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레벨 3 이상이 되면 그 조차도 못하게 된다. 하루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으로 평범한 일상이 오기를 기대 한다.
응원해준 많은 사람들에 감사드려
뉴질랜드에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스테이션(Student Radio Station)들이 도시마다 있다. 지난 주에 음원을 내고 나서 그 주에 오클랜드 대학 (Auckland University Students Association)에서 운영하는 95bFM 라디오 Top 10 차트 안에 들어갔는데, 이번주에 1위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뉴질랜드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음악적 재능을 인정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특히 많은 응원을 해준 교민들과 가족들에게 감사 하다.
한국어 자작곡 만들 계획
음악을 만들면서 가장 힘든것은 가사를 쓰는 일이다.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악기가 보컬이 아닌 피아노의 영향인지 곡 하나를 작사하는 것 대신 멜로디 10개를 작곡하는 것이 본인에겐 쉬울 정도로 작사가 정말 어렵다. 특히나 영어로 작사하는 일은 모국어가 아닌 만큼 어색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래서 다음 자작곡은 한국어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특히 요즘은 다양한 많은 것들이 세계화된 시대이기도 하고 다문화가 많이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외국어로 음원을 낸다고 해도 낯설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써 놓은 곡들은 다 영어로 써진 곡들이지만 난 한국사람이고,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언어는 한국어이기 때문에 다음에 쓰는 곡은 꼭 한국어로 쓰고 싶다.
한국 공연과 해외공연 기대
앞으로도 정성을 담아서 좋은 음악 만들고 싶다. 몇달 사이에 디지털 싱글을 하나 더 내고 여름 방학이 되면 바로 EP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업하면서 그 후에 정규 앨범을 낼 때쯤 엔 열심히 해외 음반 레이블을 찾아서 최대한 널리 알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국경이 열리면 호주 투어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공연은 한국에서의 공연이다. 자주 밟지 못하는 고국 땅에서 자작곡들을 공연할 수 있다면 내겐 그것 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교민들에 많은 사랑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