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웨딩드레스 분야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인 디자이너가 있다. 동양인 디자이너이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작품과 높은 품질로 까다로운 서양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에게 웨딩드레스를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 했다. 수선 숍의 재봉사를 시작으로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쉽지 않았다. Ellie Atelier,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엘리 홍을 만나 보았다.
현재는 본인의 브랜드로 본인의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17년전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국에서는 의상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많은 직장을 다녔다. 각종 알바, 의류 매장 판매원, 보험설계사, 건설회사 사무직에서 영재학원 수학 강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그런 경험들이 뉴질랜드에서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의 이민을 결정하고 준비할 때 잠깐 한국을 방문중이던 뉴질랜드 모피회사 관계자를 만나서 뉴질랜드에 오면 근무할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무작정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로 들어왔다. 하지만 막상 오고 나니 그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많은 실망과 함께 다른 일자를 찾아야 했지만 막막 했다. 그러던 중 지역신문에서 키위가 운영하는 수선 숍(sewing machinist) 구인 광고를 보았다. 자기소개를 미리 작문한 후에 무작정 전화를 하고 상대방 말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읽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을까 겁이 났지만 결국 인터뷰를 하러 사무실로 직접 방문하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뛰어 갔다. 인터뷰 후에 바로 채용되는 큰 기쁨을 만들었지만 그 기쁨도 오래 가지 않았다. 워크비자가 문제였다. 이민 에이전트에게 비자 대행을 의뢰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이민성을 방문해서 간절함을 전달해서 인지 결국 워크퍼밋을 받아서 뉴질랜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실력을 인정받아 개인 브랜드 창업
웨딩드레스 분야는 한국에서 의상을 전공할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다. 수작업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정말 해보고 싶은 분야였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웨딩드레스 업계로 처음부터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처음 수선숍에서 1년정도 일한 후 뉴질랜드 탑 디자이너 카렌워커(Karen Walker)의 디자인실로 이직을 했다. 그곳에서 4년동안 Karen Walker Fashion Show에 올라갈 샘플들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인정을 받으며 열심히 근무했지만 웨딩드레스에 대한 꿈은 계속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유럽 웨딩 디자이너인 아나 쉬멀(Anna Schimmel)에 시니어 드레스 메이커로 다시 이직을 하는데 성공했다. 시니어 드레스 메이커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의도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대로 실물화하는 일을 책임지는 위치이다. 너무나 원했던 일이라 그곳에서 7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인해 맞춤 웨딩드레스(custom made bridal wear)로는 더이상 브랜드 유지가 어려웠던 Anna는 비용절감을 위해 드레스 제작을 전적으로 중국공장에 맡기면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 이후 디자이너 나탈리 첸(Natalie Chen)과 함께 일을 하다가 본인 브랜드 Ellie Atelier를 창업했고, 동시에 Alma J Bridal Boutique에서도 드레스 제작과 수선을 했다. 그리고 최근 두번째 컬렉션 “Wild Rose”를 막 끝냈다.
정성과 노력 시간과의 싸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wedding dress designer)는 유행에 따른 웨딩드레스의 디자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하는 직종이다. 웨딩드레스 제작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으로 개별 상담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한 후 디자인을 하고 패브릭과 레이스를 선택하게 된다. 신부 개인의 치수와 체형에 맞춰 패턴을 만들고, 이 패턴을 가지고 선택된 원단과 레이스로 재단을 하고 드레스의 형태로 만든 후 고객과 최소 4번의 피팅(fitting)을 거쳐 최종 완성을 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웨딩드레스가 탄생된다. 웨딩드레스를 의뢰한 신부는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어야 하기 때문에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는 한사람으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다해서 제작하고 있다.
웨딩드레스 유행 보다는 본인의 선택이 중요
웨딩드레스의 유행은 다른 패션들과는 많이 차이가 있다. 마치 남성복 슈트 같이 기본적인 패턴은 많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하지만 드레스의 기본적인 패턴을 보면 과감하게 등을 드러내는 디자인이 벌써 몇 년 전부터 유행을 하고 있는데 올해도 여전히 많이 보이고 있다. 큰 리본으로 등 뒤 허리에 포인트를 주거나 팔에 묶어 하객의 시선을 끄는 디자인과 오프숄더(off shoulder)에 퍼프 슬리브(Puffy sleeves) 혹은 러플(ruffly)이 달린 드레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스타일들은 1980년대에 유행 했었는데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소매의 어깨를 위로 부풀리는 형태가 대세였는데 지금은 꽃이 피어 나듯이 옆으로 퍼지게 나온다. 올해는 작년과 같이 3D 효과를 살린 플라워 레이스들을 사용된 웨딩드레스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브닝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어 컬러 프린트가 들어간 시폰(chiffon)이나 오간자(organza)가 오버레이(overlayed)된 A 라인의 디자인 심플한 드레스들, 또 스킨톤이나 샴페인 컬러 베이스에 sequins 와 silver beading 레이스가 사용된 드레스들도 많은 신부들이 선호하는 드레스들이다. 컬러면에서는 눈처럼 흰 색의 드레스를 찾는 고객은 몇 년 동안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대신 오프화이트, 아이보리 컬러의 드레스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힘들지만 보람되는 일
웨딩드레스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2011년, 전 올블랙 럭비선수 Dan Carter 와 Honor Carter의 결혼식이다. 당시 결혼식을 위해서 우리 팀이 신부 Honor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하는 영광을 얻었지만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마지막 피팅(fitting)을 하고 디자인을 바꾸고 싶어하는 신부의 생각 때문에 거의 다 완성된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작업하는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신부(Honor)가 무척이나 기뻐해서 우리도 정말 만족해 했던 작품이었다. 또 하나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새로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5일만에 드레스를 완성했던 일이 생각 난다. 정말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나중에 그 드레스가 잡지표지에 실린 걸 보고 정말 감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본인 또한 새로운 것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 한 것 같다. 앞으로 온라인 숍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내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웨딩드레스 유튜브 채널로 일반 인들이 가정용 머신(sewing machine)과 손바느질을 이용해서 적은 비용으로 고가의 유명 브랜드 못지 않은 드레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과 비싼 드레스 수선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팁을 직접 알려주고 같이 공유하고 싶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