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교민 건설회사로서는 최초로 현장 상주 대형 크레인이 올라가는 공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공사현장에 '예일건설' 회사 이름과 함께 크레인이 올라가는 것이죠."
오클랜드 퀸 스트리트에 위치한 예일종합건설 사무실에서 만난 김득진 대표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땅에 크레인이 올라가는 52채 아파트 단지 공사를 현지인으로부터 맡게 되었다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예인건설이 맡은 아파트 공사는 올 6월 Onehanga 지역에서 이미 착공이 시작됐고 2009년 9월에 완공될 예정인 정부기관과도 연계된 규모 있는 공사이다.
김 대표는 연초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와 한국인 이민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건설업계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건설업종의 특정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받으며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도 한 몫 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건설 경기도 함께 위축된다. 이러한 가운데 김 대표가 따낸 아파트 공사는 현지 사회에서 그의 능력이 인정 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성이 돋보이는 건설업체로 주목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단국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20대 후반 아무런 연고 없는 뉴질랜드로 여행가방 하나만 짊어지고 혼자 어학연수를 오게 되었다. 1999년 당시 그는 영어공부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데본포트(Devonport)에 있는 한 키위식당에서 청소와 설거지에 웨이터까지 하면서 Job Offer을 받고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 후 다나 건설의 실장으로 3개월간, MJ 건설에서 4년간 근무를 하면서 전공과 관련된 경력을 쌓았고, 그 후 교민 2,3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초석같은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 예일종합건설 회사를 창립하게 되었다.
예일건설은 비록 2년 밖에 되지 않은 新 회사이지만 오네항아의 아파트 단지 공사를 포함해 알바니에 있는 캠브리지 학원을 올 6월에 완공했고, 오클랜드 시티 Fort St. 에 상업건물 2개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와 같이 그의 회사는 주택을 포함한 상업건물들 위주로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네항아 아파트 공사를 따내면서 크레인에 태극기를 달아야 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그 역시 타지에서 한국인 업체로서는 최초로 맡은 현지인 공사이니 태극기를 달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느냐 만은 그가 맡은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현지인들이 한국인의 건설능력을 자연적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판단, 괜히 과시했다가 손가락질 받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만 이번 공사가 성공적으로 완공되고 예일건설이 현지인들에게 인정받아 다른 큰 공사를 맡게 된다면 그 때에는 태극기를 달아볼까 하는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뉴질랜드 빌더들이 공인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라고 볼 수 있는 마스터빌더(Master Builders full member)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회원이기도 하다. 마스터 빌더란 품질을 보증하는 뉴질랜드 빌더들의 단체로 회원관리 및 7년의 개런티를 보증하는 단체이다. 마스터 빌더 자격증을 소유하면 일반 빌더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현지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스터 빌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한국 교민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성을 줍니다."라고 말한다. 마스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먼저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인의 경력과 학력, 그리고 국가 자격증을 제출해 심사를 받고 추후 인터뷰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나면 마스터 빌더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마스터 빌더 자격증을 많이 소지하고 있어 건축주들에게 신뢰성을 높여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올 6월에 착공한 오네항가 아파트 계약을 따기 위해서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현지인 건축업주, 펀드 매니저팀, 은행, Housing NZ에서 검증 테스트를 받고, 직접 싱가포르(Singapore)와 피지(Fiji)까지 가서 각 주주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철저한 서류검사 심사 절차를 밟았다. 인터뷰 도중 동양인에 대한 반감이 있는 건설업 전문가들이 일부러 어려운 속어를 써가며 영어로 대화를 시도할 때는 진땀도 많이 빼고 당황도 했지만 일에 대해서는 최고라는 자신감을 보여 주니 그들도 그를 신뢰하고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위장염까지 걸렸어요. 업무에 대한 의사소통이 아무리 원활하다고 해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내 위에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들이 없어서 인터넷을 찾고 여기저기 조사를 해서 서류를 작성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최고라는 것을 보여 주니 인정을 받게 되더라고요."
김 대표는 일의 특성상 대인관계가 매우 중요해 여러 사람들을 두루두루 만나면서 큰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이 직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 인간관계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이 직업의 단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업무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은 분명히 한다는 그는 주말에는 골프를 즐기고 주일에는 교회를 가는 등 아내, 그리고 아들 둘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일'이라는 건설회사가 2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초석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곳에서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취업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뉴질랜드를 떠나는 인재들을 많이 보았는데 1세대로서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건실한 회사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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