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언제나 환한 미소를 유지하며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푸른 하늘을 비행하는 스튜어디스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해볼 만한 직업이 아닐까 싶다. ‘하늘의 꽃’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스튜어디스는 여전히 인기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현재 오클랜드에 있는 Pacific Blue 항공의 유일한 한국인 박지영씨(26)를 만나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튜어디스 직업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았다.
국내선 비행을 마치고 불과 몇 시간 후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박씨는 피곤한 내색 없이 시종일관 스마일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스튜어디스 세계에 몸을 던진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갔다며, 처음 비행 때는 비상순간이 무섭기도 하고, 특히 날씨적 요인으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 몇 백 명의 승객들의 시선을 받아 신입의 마음으로는 두렵기도 했는데 지금은 승객들의 안전을 챙기는 것에 더욱 익숙해지고, 순발력도 꽤 늘어났다고 너스레 웃으며 말한다. 박씨는 처음부터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과정을 밟지는 않았다. 그녀의 전공은 디자인 학과였지만 우연히 한국 모 항공사의 한 스튜어디스가 쓴 자서전을 읽고 이 직업에 대해 차츰 로망과 매력을 갖게 되어 가정이 없을 때, 그리고 미혼일 때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꼭 해보고 싶은 마음에 스튜어디스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그녀가 일하고 있는 Pacific Blue 항공사는 뉴질랜드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호주 Virgin Blue 항공사의 자회사로 뉴질랜드, 호주를 포함한 피지(Fiji), 사모아(Samoa), 바누아투(Vanuatu),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 등 태평양 섬나라를 여행하는 승객들을 위해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다. 그녀가 가장 최근 비행하고 돌아온 나라는 호주 브리즈번(Brisbane)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바누아투와 사모아라고 한다. 그 이유인 즉, 바누아투의 경우 세계적인 휴양지로 시티 중심부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화려한 호텔들과 리조트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시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너무 상반되는 광경을 접한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하지만 바누아투와 사모아는 여유로움이 묻어 나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휴양지로 박씨의 기억에 남는 나라들이었다고 한다.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승무원의 채용기준이 무엇보다도 궁금할 것이다. 박씨는 “다른 항공사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항공사의 경우 제일 먼저 첫인상을 보는 것 같아요. 예쁘고 잘생긴 사람만 특별하게 뽑히는 건 아니에요. 승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와 고객서비스업종에서 4년 이상의 경력이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되죠. 수많은 손님들을 접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서비스 경력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되요.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랍니다.”라고 채용기준에 대해 설명한다. 최종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5주 동안의 트레이닝을 거치게 되는데, 승무원들은 집중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향상시키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바로 실격되기도 한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의 기본적인 지식을 모두 공부해야 하며, 기내 안의 기구들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해야 하고, 갑작스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응급처치와 호신술을 배우기도 한다. 행여 기내에서 임산부가 아기를 낳게 될 경우를 대비해 훈련된 특정 승무원들은 직접 아기를 받을 준비도 되어있다. 박씨 말에 의하면 퍼시픽 블루 항공사는 직원들의 복지와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으로 이 부분이 그녀의 직업선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승무원이라 하면 깔끔하고 단아한 미소의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박씨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승무원보다 실제로 훨씬 더 고생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라는 박씨는“승객들의 안전을 체크하기 위해 항상 서 있어야 하니 다리와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요. 승객끼리 싸우거나 폭력을 가할 때도 있고,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 음식을 나르는데도 긴장을 바짝 하게 되죠. 뿐만 아니라 일 년에 한 번씩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항공사 내에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기내 안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라며 힘든 부분도 설명한다.
퍼시픽 블루 항공은 주로 뉴질랜드 근처의 이웃나라들을 비행하기 때문에 밤낮이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주말에도 일을 할 때가 많고 특히 reserve(급할 경우 비상근무를 위해 불려 나가야 할 상황) 콜을 받으면 그 시간이 새벽이라 할지라도 비행 나갈 준비를 해야 된다고 박씨는 말한다. 휴가를 낼 때에도 비행 스케줄을 피해야 하므로 미리미리 계획을 짜야 한다. 반면 한 달에 15~20일만 비행을 하도록 규정되어있기 때문에 비행을 하지 않는 날에는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달콤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스튜어디스란 직업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직업이다. 힘들 부분도 있지만 승무원들끼리의 팀워크 형성과 격식을 차지리 않는 친근한 분위기는 그녀의 활동력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은 재미있는 승객들도 계셔요. 연락처를 물어 보는 승객도.. 악수를 하면서 쪽지를 건네는 손님도... 그리고 기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급 비상이 걸려 기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손님도 계시죠(웃음).”라며 잊지 못할 추억들도 함께 공유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비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도 이 직업의 큰 장점이 아닐까?
앞으로 그녀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슈퍼바이저로 승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얼마 전 동료들로부터 비행 후 좋은 평가를 얻어 슈퍼바이저로 추천 받기도 했다는 박씨는 최대한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스튜어디스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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