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뉴질랜드에 이민 온 지도 벌써 15년 째. 1994년 한국에서 운영하던 소규모의 무역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바다건너 오게 된 뉴질랜드였건만…… 막상 비행기에서 발을 내리니 앞으로 어떻게 정착해야 할지 막막 했다던 돈 최(한글명 최동수)씨. 이번 호에서는 그를 만나 가슴 쓰라리면서도 즐거웠던 이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 달 가족 생활비 2천불 미만(4인 기준), 영어권 나라의 자녀 무료교육, 골프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인생 등…… 어느 누가 들어도 한 번쯤 원하는 인생이 아닐까 싶다. 최동수 씨는 뉴질랜드에 먼저 이민 와 있었던 두 명의 친구로부터 뉴질랜드가 지상낙원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한참의 고민 끝에 이민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역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야 했던 한국의 각박한 사회생활을 경험했고 무역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해외경험의 기회도 많아서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는 마음이 휑하기만 했다던 최씨는 이민 초창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당시에는 비즈니스의 기회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많았던 것 같은 데 왜 실천하지 못했었는지 그저 아쉽기만 하다고 전한다.
뉴질랜드로 이민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앞으로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민을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알맞은 조언을 해 달라는 질문에 최씨는 “물론 많은 준비를 하고 이민을 오시겠지만 이민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입니다. 영어권 나라에서 정착하기를 희망한다면 가장 먼저 영어부터 배워야 키위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영어가 제 2 외국어인 교민들에게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올 수는 있으나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취직을 하고, 원하는 공부도 이어 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영어프로그램에 참석하여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이민 온 첫 해 최씨의 가족이 정착한 동네에는 골프장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의 집 바로 옆이 골프장이었다고 한다. 골프를 사랑하는 최씨의 이민 초창기 시절 ‘골프’ 빼면 서러웠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라는 속담도 마치 그의 이민 초창기 시절을 비유한 것 같다며 웃으며 말한다. 앞으로 무얼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도 매일같이 골프장으로 출퇴근을 했다던 최씨. “하루하루 쓰라린 가슴을 안고 골프를 쳤습니다. 그린피는 저렴하고 골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들고 온 돈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비즈니스를 할지 지인들과 오랜 고민을 했기 때문이죠.” 결국 최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차 구매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계기로 자동차 수입을 첫 비즈니스로 시작했다. 자동차 딜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CEO로 1995년 타카푸나의 작은 창고에서 부인과 단둘이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서 키위 직원들도 두고 7년 정도는 자동차 비즈니스만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한가지 직업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무료함도 생기고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최씨는 골프와 연관된 비즈니스를 물색하게 된다.
2000년 경, 그 때만 해도 골프 유학생들은 많았지만 뉴질랜드 대학교에는 골프를 전공으로 하는 골프학과가 없었는데 최씨는 당시 알고 지내던 키위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골프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골프코치를 양성할 수 있는 골프학과를 대학교 내에 신설하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오클랜드 대학교, AUT 대학교 등의 담당자들과 골프학과 설립에 대한 제안이 오고 가던 중 마침 스포츠 학과로 명성이 있는 AUT 대학교의 체육과 학장이 최씨의 정규 골프학과 의견에 큰 관심을 보였고, 정규화된 골프교육기관을 세우기 위한 프레젠테이션도 준비해 AUT 대학 내에 골프학과(Diploma in Sport and Recreation Specialising in Golf Coaching)를 정규학과로 설립하게 되었다. 당시 최씨는 미국, 영국, 호주, 한국 등의 전문 골프학과들을 조사해 본이 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설계 했으며, AUT 체육과 학장도 흡족해 했다고 한다. 골프학과가 처음에는 한국 유학생들을 시작으로 현재는 영주권자와 중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씨의 말에 의하면 현재 중국에서는 골프가 한창 붐으로 골프 선수나 코치 지망생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저렴한 그린피와 최상의 환경으로 골프를 연습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발걸음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AUT 골프학과에서는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영어강습과 체육학과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총 2년 코스로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영어 수업의 주 내용은 골프와 관련된 토픽으로 배우고 있다.
한편, 골프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지만 골프유학은 환율과도 큰 연관이 있어 지난해부터는 높은 환율의 영향으로 한인 유학생 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최씨는 전한다. “아무리 뉴질랜드가 훈련하기에 좋고 그린피가 저렴해도 교육비와 생활비 등의 유학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골프학과 내에 90%이던 한국인 유학이 최근에는 거의 반으로 줄어들고, 대신 영주권자들과 현지인들의 등록자 수가 반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씨는 골프학과를 국내 최초로 신설하고, 총괄하는 전체 책임자로 앞으로 AUT 골프학과가 더욱 인정받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바쁘게 뛰어다닐 것이며, 영주권 소지자들도 다른 학과들처럼 저렴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계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또한 뉴질랜드에 처음 이민 와서 무얼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급급하고 불안했던 마음에서 현재의 안정된 이민생활이 오기까지 주변의 지인들과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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