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난 2008년 11월 뉴질랜드 총선에서 국민당 비례대표로 나선 멜리사 리(한국명 이지연)씨가 한국인 이민자 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이겨내고 한국인으로서 정계에 입문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11일 오클랜드 마운트 알버트(Mt Albert) 사무실에서 만난 멜리사 리 의원은 “참 시간이 빠르네요.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주위분들과 기쁨을 나눈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이제 2009년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라며 만감이 교차되는 표정을 짓는다.
“정치계에 입문한 소감이요? 정치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은 매우 설레이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신문기자, 앵커, 프로듀서에 이어 제 3의 기대되는 인생을 펼치는 순간이었죠. 물론 겁도 나고 두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저도 사람이고, 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일부 언론에서 저에 대한 거짓 기사를 내보내면 속상하기도 하고, 저도 기자생활을 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더라고요.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저와 맞는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라며 정계에 입문한 소감을 전한다.
2008년 11월에 치러진 총선에 이어 멜리사 리 의원은 2009년 6월 오클랜드 서부지역 마운트 알버트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국민당 정부가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아 그는 무려 2차례의 선거를 한 셈이다. “63년 동안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마운트 알버트 지역 보궐선거에서는 비록 낙선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저와 함께 수고한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헬렌 클락 전 수상이 유엔개발계획 총재로 임명되면서 오클랜드 마운트 알버트 지역구가 공석이 돼 멜리사 리 의원이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국회 초선의원이었던 그에게 이번 결과는 향후 정치활동을 위한 채찍이었고,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되었다.
초선의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의정활동 스케쥴로 뉴질랜드 전 지역을 바쁘게 돌아다닌 멜리사 리 의원은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바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열리는 Korean Society Music Festival 에 참여하기 위해 오클랜드 공항으로 향해야 하지만 크라이스트처치 교민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기대되고 멀리 에서도 응원해 주는 각 지역 교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올해 멜리사 리 의원은 국민당 정부에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해 왔는데 법과 질서 위원회(Law and Order Committee) 및 상공위원회(Commerce Committee) 의원으로서 안전하고 번영하는 뉴질랜드 사회를 추구하며, 철저한 국가 보안과 경찰 병력을 증대하는 사항 등을 대변해 왔다. 무엇보다 그는 뉴질랜드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인물로 뉴질랜드와 한인사회의 가교역할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에도 그는‘아시아 다운언더’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양인들의 문화나 이슈,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들을 소개하고, 최근에는 한류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대장금’을 현지방송에 전파하기 위해 뉴질랜드 대한민국 대사관과 현지 방송국들을 물색하며 뉴질랜드 방송 채널 Triangle and Stratos Television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국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정부에서 근무하는 한국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후배양성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제로 ‘김치 클럽’ 이라는 명칭 하에 보건부, 외무부, 시티 카운슬 등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과 키위사회에 대해 허심 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조언도 하는 모임이죠.”라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과도 꾸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내년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개설해 선.후배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고, 한국계 후배 정치인들을 양성할 계획도 갖는 등 젊은 청년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남다르다.
멜리사 리 의원은 자신의 20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 당시에는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생활에 푹 빠져 지냈어요.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아 일을 했죠.”라고 말한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그의 리더쉽은 지난 20여 년 동안의 뉴질랜드 신문기자 생활, 뉴질랜드 국영방송 TVNZ 앵커, 그리고 ‘아시아 다운언더’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보여진 ‘열정’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웰링턴 국회에서의 활동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멜리사 리 의원은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웰링턴 국회에 7시 반~8시 사이에 출근을 하고 때로는 저녁 10시경 까지 회의 시간으로 스케쥴이 잡혀 있습니다. 어쩔 때는 점심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어 미팅 시간 틈틈이 샌드위치로 식사를 때울 때가 많죠. 국회에서 일정을 마친 후에도 읽어야 할 보고서들을 상자 안에 한 가득 담고 집에 돌아오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뿌듯하고 보람돼요.”라며 12월 일정이 담긴 컴퓨터 스크린을 보여 준다. “개인적인 시간에요? 흠, 글쎄요. 개인적인 시간에는 주로 가족과 함께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해주는 따끈한 밥과 김치 등으로 식사를 하면서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선덕여왕’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웃음) 올 여름 휴가 계획은 가족과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보낼 계획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초등학생 때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라고 대답했던 멜리사 리 의원, 그는 정치인의 꿈을 버리지 않고 그의 잠재적인 능력을 뉴질랜드 국회에 보여 주기 시작했다. 2010년에도 활발한 정치활동이 기대되는 멜리사 리 의원은 “세계적인 경제 금융위기로 뉴질랜드 교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실 줄 압니다. 저도 가능한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노력하고, 이민부 장관에게 이민자 수가 늘어날 것을 건의하는 등 교민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 정부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교민들의 꾸준한 성원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화목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라며,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소망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라며 교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끝)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