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하여 한국 문화를 포함한 동아 문화를 연구하고, 또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시작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전통문화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의 전통 건축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어려움과 함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자료입수와 주제의 토의가 어려운 환경적인 제한이 있지만, 한국의 전통 건축을 서구문화에서 공부한다는 면에서는 더욱 의미 있고 동양과 서양의 대비적 관점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 이민 와서 한국의 역사적인 전통 건축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40대가 거의 다되어 오클랜드 대학교 건축학과(The University of Auckland, School of Architecture) 대학원을 선택한 교민 임 동빈 씨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 문화를 말함) 전통 건축의 의미를 그 문화사상의 맥락 속에서 찾으려 하였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 그는 동아 전통 사상의 대강을 깨우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자 박사 과정을 밟았고 논문을 완성하여 졸업하였다.
전통적인 농촌 주택과 생활을 간직한 충청남도의 한 농촌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임 동빈 박사는 “어릴 때부터 건축적인 면에 관심이 많았으며, 건축이란 것이 생산자(건축가)나 소비자(건축주) 어느 편에서든 지간에, 모든 사람의 삶에 중요 요소를 이루고 있어서 한 번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대학교 입학 시에 건축공학과를 선택해 건축설계를 공부하면서 건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설계사무소에 입사하여 전문가로서 일을 하게 되었으나 1993년 건축 설계 외에 사회와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껴 경제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건축과 관련된 분야를 다양하게 관심을 갖고 탐구하기 시작했죠. 물론 이는 갑자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대학 재학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보다 집중적으로 탐구했다는 것입니다.”라며 건축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와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한다.
1993년 뉴질랜드에서 이민을 받는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결국 그는 뉴질랜드 이민을 신청해 영주권을 받게 되었다. “뉴질랜드는 우선 한국보다 전공의 선택의 기회가 좀 더 자유롭고 학비도 저렴해 경제적으로 용이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클랜드 대학교 건축학과 대학원 과정을 입학신청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지도 교수님을 찾아보던 중 석.박사 모두 지도해준 교수님께서 ‘한국전통건축’에 대해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한국 전통 건축은 제가 태어난 집이 속한 건축이고 어린 시절을 그 곳에서 보냈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서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의 박사 논문은 우리말로 하면 ‘한국전통건축의 자연순응’인데 영어로는 ‘Tangible and Intangible Compliance in Korean Traditional Architecture’이다. 서구전통이나 현대의 세계관을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 한다. 그는 “동아의 자연관은 서구 역사에서의 신의 세계까지를 포함한 영역이 자연이었기에 그 자연관에 맞추어 문화 를 해석하여야 하고 그 자연의 범주와 다른 자연관에 근거한 문화와 현상만을 직접 비교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합니다. 즉, 서구전통문화와 우리전통문화를 드러난 현상만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올지 않다고 봅니다. 그 직접적인 예는 동아건축과 서구건축을 건물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서구에는 그리스 로마 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건축가라는 개념이 존재 했고 동아에서는 조선시대 말 까지도 건축가라는 개념이 없었고 목수만이 있었습니다. 대신 풍수라는 사고가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건물의 단순비교는 그 의미에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아예 건축에 대한 관념이 서로 다른 역사를 갖고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심하게 말한다면, 서구건물과 동아의 건물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건물과 조각품을 비교하는 경우처럼 맞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건축은 서구전통의 연속선 상에 있는 것인데, 저의 연구는 그러한 현대에 동아 전통 문화에서의 건축관을 찾아서 정립시키자는 것입니다. 아직도 동아의 건축관이 무엇이라는 결론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인데 이는 동아의 철학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동아의 철학도 건축의 경우처럼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고 그 정의가 모호하죠. 그 이유는 현대 철학을 기준으로 해 보면 동아 역사의 주요사상인 유교나 도교가 철학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죠. 철학이라기 보다 종교에 가깝다 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종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죠. 그래서 철학도 종교도 아닌 것이 유교와 도교라고 하면 동아 역사는 철학도 종교도 없는 역사가 되어지는 것이죠. 철학과 종교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바뀌어야 유교와 도교를 철학 또는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 대한 개념이 세계관과 함께 바뀌지 않고는 동아의 건축을 건축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즉, 개념과 관점을 맞추어 가는 것이 동아건축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고, 동아의 건축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현대의 건축관과 세계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시대 세계관에서 현대 세계관으로 바꾸었듯이 현대의 세계관도 때에 따라서 다른 세계관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전통연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간 유지해온 우리동아문화가 무언가 유지할 가치가 있기에 수천 년간 변함없이 유지해온 것이라고 보고 저는 그것의 바탕을 캐는 연구를 하려 합니다.”라며“한국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하여 한국 문화를 포함한 동아 문화를 연구하고, 또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시작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세계에서 한국 사람으로는 5번째로 한국 전통 건축을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로 논문을 쓴 사람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한국전통건축에 대한 논문을 영어로 쓴 사람은 1980년대 3명이 있었고, 호주에서는 1990년대 말에 1명이 있었다고 한다.
임 박사가 졸업한 오클랜드 건축학과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며, 최고 수준의 교수진들과 스탭들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한다. 평소에도 동양학에 관련한 다양한 서적을 즐겨 읽는다는 그는 집 서재에만 2천 권이 넘는 책들이 책장에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며,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주제를 좇아가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동양과 서양 두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장,단점을 잘 비교해 연구하면 현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화의 기초를 만들 수 있겠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죠. 저의 연구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젊었을 때 한 전공에만 매어 있는 것 보다는 폭넓게 관심을 갖고 다양하게 공부를 하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젊은 친구에게 뉴질랜드 대학교는 학생들이 폭넓게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훌륭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설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대학 생활을 알차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나의 팁을 제공했다.
<임 동빈 박사의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dongbinim@yahoo.com 으로 연락 바랍니다.>
이강진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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