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학력평가) 최종시험에서 AIC(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오클랜드 국제고등학교) 올해 졸업생, 정수영 학생이 총점 45점 만점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일본, 도쿄대학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정수영 학생을 만나 보았다.
IB 디플로마 교육과정은 전세계적으로 평가기준이 높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4만 9천여명이 응시한 올해 시험에서 만점자는 세계 각국을 통틀어 단지140여명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뉴질랜드 한인 학생으로 이번 IB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정수영 양에게 바람직한 고등학교 생활 요령을 들어봤다. 특히,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그녀만의 특별한 만점 공부 비법이 궁금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최고의 비법
특별히 비결이라고 할 공부방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제일 앞자리에 앉아 집중하고, 모르는 문제나, 비록 배울 내용이 아니더라도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곧바로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단어의 뜻이든 과학 이론이든 책에 적힌 내용 대로가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예를 곁들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를 했다. 대부분 과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수업시간만으로 충분했고,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복습을 통해 보완했다. 적용능력의 부족함 때문에 했던 수학 과외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과외를 받은 적이 없다.
시험준비를 위한 복습은 첫 단원부터 IB 교육과정에 맞추어 빠짐없이 노트를 작성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흔히 사용하는 소리나 그림을 통한 연상법보다 내용을 쓰고 정리하면서 외우는 방식이 내게는 더 맞았던 것 같다. 노트를 직접 작성하면서 배웠던 내용을 복습할 수 있었고, 수업시간에 놓쳤던 내용도 보충할 수 있었다. 각 과목의 소단원마다 최소 네 시간씩을 할애해서 수업시간 배우거나 교과서에 실린 내용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다른 책등 자료를 찾아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한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이해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 두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새로운 시각으로 이전에 정리한 노트를 수정하고 보완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필요 없거나 반복되는 내용을 빼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하면서 내용을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40분 공부하고 20분 쉬는 나만의 공부 방법
공부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책상에 오래 앉아 집중하는 것이었다. 컴퓨터로 공부하고 리서치하다보면 쉽게 딴짓을 하게 마련이라 오랜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있으면 어느새 게임 웹사이트나 쇼설 미디어 사이트에 접속해 있는 경우가 잦았다. 더욱이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고 워낙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했기 때문에 짜임새있는 계획을 세워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12학년 때 마음을 독하게 먹고 게임이나 소설 읽기를 자제한 적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적인 방법이 나에게는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나만의 공부방식이 뭘까 생각하다가, 무엇이든 일찍 시작하고 틈틈이 휴식시간을 갖는 방식을 택했다. 40분 공부한 뒤 20분 휴식하는 일정을 반복하고, 과제를 받으면 그날 바로 시작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노력했으며 남은 시간은 복습용 노트작성에 시간을 보냈다.
성적이나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학교생활을 겪으면서 무작정 성적이나 결과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처음 학교에 입학한 이후 11학년 내내 한과목도 7점 만점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나름 자신했던 수학 과목도 첫 시험에서는 간신히 평균을 넘는 점수를 받았고, 항상 관심 분야였던 과학과목들도 간신히 6점을 넘겼다. 또, 12학년 첫 학기에 나름 괜찮다고 여겼던 영어 과목에서 4점 정도를 받아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다른 학생들과 견주어 보면서 열등감도 느끼게 되었다. ‘나도 공부 열심히 했는데’부터 시작해서 ‘내가 남들보다 뭘 못해 이렇게 성적이 낮을까’ 등 학과목에 대한 흥미보다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집착도 생겼다. 한동안 학과목에 대한 흥미나 지적 탐구보다 그저 점수로 보이는 결과만을 얻고자 애썼다. 다행히12학년 마지막 학기쯤 본격적으로 과학과목들 진도가 나가면서 공부 자체에 다시 흥미를 느끼게 됐고, 동시에 성적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되면서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말 것
고등학교 선택은 정말 우연이 겹쳤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의 다소 자유로웠던 면학 분위기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였다. 학업에 대한 의욕이나 열정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없어 고등학생이 이래도 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생길 무렵, 부모님이 AIC 이야기를 해주셨다.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주변에 AIC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막연하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입학원서를 제출했고, 운이 좋아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을 정도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AIC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열정적으로 특별활동에 몰입, 가장 소중한 추억
학업부담이 많다고 하는 AIC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성적에만 무조건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흥미 있는 특별활동에도 몰입했다. 특히, 학교 교과과정의 특성상 다양한 특별활동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더 넓은 시각으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함으로써 예상치 않았던 관심분야를 발견하게 되었다.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특별활동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흥미를 느껴서 했던 활동이었던 만큼,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장점도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봉사활동과 특별활동 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활동을 꼽는다면, 단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었던 모의 UN (Model United Nations) 활동과 더불어 생명과학 클럽활동을 통해서도 세상을 다양한 시각이나 관점에서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환경학적인 문제는 국제적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인데, 특별활동을 통한 토론과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이 분야에 흥미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려는 욕심이 일본 도쿄 대학의 국제환경학과 진학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쿄대학,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
아직 도쿄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AIC에 입학할 때만 해도, 아니 대학 입학 원서 준비로 고민할 때까지만 해도 막연히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어권 국가의 대학에 진학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기대하지 않았던 도쿄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고, 부모님도 새로운 나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도전해보라고 권유하셔서 갑작스럽게 일본 대학 진학을 결정한 것이다. 먼저 도쿄 대학에서 직접 부딪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볼 작정이다. 고등학교 수업에서 배울 수 없었던 국제환경학이라는 과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도쿄대학의 학교 분위기는 내게 맞는지, 그리고 내가 일본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를 다른 사람들 말만 듣고 판단하지 않고 직접 가서 부딪쳐보고 느낄 생각이다.
김수동 기자(tommyir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