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인 코로나19 장기화,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화로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뉴질랜드 지역사회에 사랑과 희망의 온기를 전하는 교민들이 있다. 지친 거리 노숙인들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어 세간의 감동을 안겼다. 낮은 마음(Lowly Heart Charitable Trust) 이익형 간사를 만나 보았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4년부터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이 2017년에 법적 형태를 갖추며<낮은마음>이 설립되었다. 낮은 마음은 빈곤한 이웃의 필요와 자활을 위해 동행하는 공동체이다. 현재까지 오클랜드에 위치한 임시 주거시설인 캐라반 빌리지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2016년부터는 라누이와 헨더슨을 중심으로 노숙인 지역모임과 자활 공방 그리고 자활(OP shop)을 운영하며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의 자활에 힘쓰고 있다. 이 활동의 특징은 구성이 공급자와 수혜자로 나누어지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일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오전 9시부터 푸드뱅크 음식나눔이 있다. 현재 7년 이상 진행된 활동으로 그동안 푸드뱅크 조직과 슈퍼마켓을 연계해 운영 했으나 올래 초부터는 슈퍼마켓이 지원을 거두며 현재는 푸드뱅크만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또한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녁 시간엔 커뮤니티 저녁을 공급하고 있다. 역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공동식사인데, 8년전 이곳에 파견 나온 사회복지사가 시작한 식사나눔이 <낮음>활동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마을 자치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사회와 교회의 관심과 도움으로 발전
현재까지 <낮음>의 멤버를 제외하고 20명 이상의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 해오고 있다. 이렇게 <낮음>이 뉴질랜드 지역사회 가운데 하나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원천은 <낮음> 그 자체가 아닌 지역 사회와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기부된 음식과 물품들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낮음>은 그 흐름에 중요한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실질적 필요가 있는 개인과 가정에 공급함으로 그들이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초에 있었던 어느 후원 행사에서 지원 내용을 요청해 정리하면서 다시한번 놀라움을 경험했다. 지금까지 나눔의 음식은 약 90,480 kg, 13,500 인분이라는 놀라운 수치와 함께 가구 및 필수 생활 용품 500점 이상, 응급 베딩 세트 235점, 응급 슈퍼마켓 바우처 170장 등 수치로 환산하는 순간 본인도 많이 놀랐다. 작은 하나가 모여서 큰 성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스도 정신으로 봉사활동 시작
우리는 이러한 일을 봉사 혹은 구제라고 말하지만, 본인은 연대와 나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것은 이 활동이 수혜자와 공급자가 나누어져 있는 구조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가난을 정의하며 개인의 문제로만 정의할 수 없음을 알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면, 여유가 있어 내어놓을 수 있는 봉사와 구제의 개념 보다는 언제라도 서로를 향해 열어 놓을 수 있는 연대와 나눔의 정신이 더 가깝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이 나눔과 연대 그리고 희생의 정신은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자신의 삶과 생명을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세상을 향해 내어 놓았 듯이 본인은 비록 목회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지만 그 정신 가운데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다. 아마도 지금의 활동은 그리스도의 정신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풍족하지 않지만 나눔으로 따뜻한 보람
겨울은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때론 위기로 다가온다. 몇 해전 까지만 해도 실제로 라누이에 있는 캐라반 빌리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동안 4~6명 정도가 추위에 목숨을 잃었다. 추위와 지나친 음주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곤 했는데 그 이유로 시작된 사업이 “응급 이불 나눔” 이었다. 또한 이곳에 도착하는 대부분의 분들은 가방 하나 없이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불 하나 없이 보내야 하는 겨울 밤은 그 무너진 마음만큼이나 무척 힘든 상황 일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응급 이불 나눔이 올해로 3년을 넘기고 있는데 놀랍게도 지병이 있었던 분들을 제외하면 추위로 사망하는 분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40세트도 되지 않았던 이불세트가 지난 겨울에는 100세트 넘게 공급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겨울의 추위를 이기는 주요한 힘이 되고 있다.
<낮은마음> 한인사회로 활동 확장
낮음의 활동이 한인 사회로 확장되면서 우리가 동참해 함께 걷던 빈곤한 이웃들의 삶에 참여하는 시간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조금 우려가 되는 시간이다. 이제는 두 활동의 균형이 큰 숙제로 남았다. 그 균형을 맞추어가는 시간을 우리 한인 공동체와 함께 경험하고 싶다. 바라기로는 새롭게 열리는 공간 “숨, 쉼”을 통해 이웃간의 연대, 타인과의 연대가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낮음>은 그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 하겠다.
한인들을 위한 공익 서점 운영
알바니에 만들어진 공간 “숨, 쉼”은 책과 향초를 매개로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나눔과 연대를 통해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다. “나” 보다는 “우리”가 더 강조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힘써 노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낮음>이 주체가 되어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른 어느 시점 이후에는 한인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운영되는 그런 공간 이기를 꿈꾸고 있다. 먼저 한국서점의 경우 비영리 공익서점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한국 도서 중 문학, 인문/사회 그리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신학을 큰 분류로 정해 새롭게 발간된 책을 한국 도서 정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편하게 방문해서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게 열린 서가를 운영해 기증 받은 귀한 책들과 함께 자유롭게 읽고 원하는 책은 구매 또는 주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뉴질랜드는 한국 서점이 사업의 형태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책을 좋아하는 일부의 교민들은 온라인 서점 등을 통해 직접 주문해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분들은 책을 접할 기회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을 접하며 비영리 공익 서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지식이 바르게 나누어지는 공간이기를 원하고 있다. <낮은마음>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계획하고 있다. 커뮤니티 공간 “숨, 쉼”을 통해 나누어진 어린이 프로그램은 곧 다시 서부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현지인 어린이 프로그램에 적용될 예정이다. 빈곤한 가정에서의 어린 시절은 그 가정이 가지고 있는 가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빈곤한 이웃을 위한 활동과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루어질 프로그램에 참여를 원하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청년/일반인 선생님들과 분야별 워크샵에 참여 또는 진행해 줄 각 분야 전공자 분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