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막내에게 책을 읽어 주곤하는데 어제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보니 책 제목이 ‘Mr Huff’ 라고 되어 있었다. 이제 가을에 접어 들어 겨울 우기로 가는 바람부는 추운 날에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작가는 Anna Walker라는 분인데 난 그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내가 좋아 하는 스타일의 수채화 풍경이 시선을 이끈다. 참 놀라운 것은 5살 아이들이 읽는 책의 내용의 깊은 의미 때문이었다.
주인공 Bill이라는 아이 옆에 시커먼 먹구름 덩어리인 Mr Huff가 늘 따라 다닌다. Bill에게 나쁜 일이 계속 생긴다. 학교도 늦게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하는 일도 잘 안된다. Bill은 불쾌한 느낌의 따라 다니는 Mr Huff를 떠 밀며 없애려고 하지만 더 커지기만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Bill이 발견하는 것은 Mr Huff의 눈물이다. 그 뒤부터 둘은 친해진다. 그리고 모든 일이 좋은 일로 바뀌며 자고 일어난 아침 창가에 햇볕이 든다.
세상사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불교 화엄경의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를 동화한 것 같은 느낌이다. 사과를 먹다가 이가 부러진 사람과 매일 사과를 먹으며 맛있게 건강하게 살아 가는 사람이 같은 물체인 사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세상이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몇주전 상담했던 고객은 열심히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일반적인 부부였다. 10년전 집을 판 대금은 저축 계좌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를 못내다가 이번에 융자 승인을 받아 집장만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그 분들은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필자도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그 분의 4자녀중 2명은 직장을 가지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아직 공부하고 있는 두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그 분들을 결국 행복하게 만든 이야기가 있어 적어 본다. 최근 필자의 둘째가 학교 선생님에게 들은 말인데 뉴질랜드 통계상 아이 한명 양육비를 계산해보니 백만불 정도 들어 간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아빠, 엄마~ 이미 다키운 오빠에게 백만불이란 돈이 사용된거야?” 라고 물으며 설명했었던 기억을 설명해 드렸더니 금새 행복해 하는 그분들은 환경이 바뀐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었을 뿐이다.
요즈음 부동산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아쉽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 가는 느낌이다. 낮은 이자율이 더욱 자극적이기도 하고 부동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조급함을 더해주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올해 일사분기에 평균 매매된 부동산의 수가 증가한 것과 상반되게 Trade Me의 통계를 보면 렌트비는 오히려 소폭 내려갔다. 이자율은 내려가지만 부동산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자료다. 자기 자본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융자를 최대한도로 받아야 하는 투자라면 한번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 오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재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나친 오름세는 향후 2백만이 공존하며 살아 가야 할 오클랜드시의 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의 정책 중 이자율로 인한 시장 조절은 환율과 수출업에 부정적인 영향과 낮은 인플레 때문에 어렵겠지만 이미 투자자의 수입에 따라 허가 융자금액을 법적으로 통제해 나갈 움직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물론 자택과 투자물건에 대해 차등적으로 적용하겠지만 이번에 정부기관인 Land Information New Zealand에서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의 미미한 영향은 바로 내수가 주된 요인이라는 통계이고 이 것은 향후 당국의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구입을 줄여서 과열된 부동산이 안정될 수도 있겠지만 반작용인 렌트 수요의 폭증과 뉴질랜드 경기를 이끌고 있는 건설경기의 냉각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금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후회할일은 아니며 부동산을 투자할 것이라면 대안을 준비한 투자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