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양지로 유명한 아벨 타스만 지역의 해변 주택들
최근 들어 뉴질랜드 국민들이 선호하는 주택의 형태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빠른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2월에 주택 관련 기관인 ‘홈스타(Homestar)’와 뉴질랜드부동산협회 웹사이트(Realestate.co.nz)가 전국의 5천명 이상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는데, 이에 따르면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이들이 오래된 구옥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은 지 오래 되지 않은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이상이 1980년대 이후 지은 집 원해”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오클랜드의 경우 응답자의 8.9%가 새로 지은 집(brand new home)을 원한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41.6%는 1980년대 이후 지어진 집(modern design home)을 원한다고 응답,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 이상이 상대적으로 오래 되지 않은 집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다른 지역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크라이스트처치의 경우에는 신축건물을 원한 이들이 13.3%, 그리고 1980년대 이후 건물은 45.21%가 원해 더 큰 도시인 오클랜드보다 새 건물을 원하는 경향이 오히려 더 높았다.
반면 웰링톤은 새 건물 9%, 그리고 80년대 이후 주택은 33%가 선호한 반면 1870년대부터 1920년대에 지어진 빌라(villas) 형태의 주택을 원했던 비율도 오타고의 13.8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12.39%로 나타나, 이 두 지역의 주민들 역시 새집을 많이 원하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오래된 집도 선호하는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처럼 가급적 새집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전국 각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인데, 전국 통계로 보면 새집을 원했던 이들은 9.85%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도 같은 조사의 7.64%에 비해 2.2%p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지어진 집을 원했던 비율도 전년도의 42.28%에서 42.74%로 소폭 높아져 신축주택과 함께 국민들이 이제는 가급적이면 상대적으로 오래된 집들보다는 새집을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일부에 사랑 받는 캐릭터 하우스”
이에 반해 응답자의 1/4 가량이 여전히 이른바 캐릭터(character) 하우스에 살고 싶다고 응답했는데, 이러한 캐릭터 하우스 중 1920년대 이전에 지어진 빌라식 주택(8.41%)과 함께 1920년대 혹은 30년대 출현한 베란다가 붙은 방갈로(bungalow, 7.12%)가 가장 선호되는 캐릭터형 주택 형태였다.
그 뒤를 이어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어진 스테이트(state) 하우스가 4.73%로 나타났으며 1925년부터 1950년대까지 지어진 아르 데코(art deco) 형식의 주택은 3%의 응답자가 선호한다고 답했는데, 전년도에 비해 응답자가 소폭 늘어난 아르 데코 형식을 제외하면 이런 형식의 오래된 주택을 원하는 응답자들은 매년 줄고 있는 추세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편 아파트(apartment)는 지역별로 선호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는데 오클랜드에서는 3.51%를 기록하면서 전국 최고를 보인 반면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인 오타고의 0.84%를 비롯해 크라이스트처치 2.48%, 웰링톤의 2.25% 등 대도시 지역에서도 뉴질랜드에서는 아직 아파트는 그리 선호되지 못하는 주거 형태임이 드러났다.
다만 전국적으로 아파트 선호도가 작년 1.8%에서 2.6%로 조금 높아졌고 매년 꾸준하게 소폭이나마 개선되는 조짐이 보여, 오클랜드처럼 출퇴근 시 교통 문제와 택지 부족 등으로 시달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금씩 아파트 선호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통가옥 주인들 “에너지 효율 고려해 집 고치겠다”
이 같이 국민들이 가급적 새로 지은 집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겨울난방 등 에너지 효율과 관계된 것이며, 또한 오래된 집들이 상대적으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된 집들에 단열재를 설치하고 창문을 이중유리로 하는 등 개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 조사에서도 주택을 에너지 효율이 더 높고 유지가 간편한 집으로 개조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65% 가량의 응답자가‘예스’라고 답했는데, 이 같은 응답은 최근 지진을 겪었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6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편 만약 개조를 한다면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전국적으로 27.6%의 응답자가 지금 당장이라도 여건이 되면 하겠다고 했으며, 1년 이내는 16.5%, 2년 이내도 8.7%가 나왔으며 또 다른 22.3%가 5년 이내라고 답해 오래된 집의 개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질문 항목에도 2011년 지진을 겪고 한창 재건작업이 이뤄지는 중인 크라이스트처치 주민들이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34.3%가 지금 당장이라도 집을 개조하겠으며 21%에 가까운 주민들이 2년 이내에 집을 고치겠으며 5년 이내에 고치겠다는 비율도 22.7%에 달했다.
“주택시장에도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이처럼 사람들이 오래된 집들보다는 새집을 선호하는 현상은 당연히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 관계자는 새로 집을 구입하려는 이들은 침실 수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일조량을 위해 집 방향을 중시하고 좋은 단열재의 사용 여부 등,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성까지 꼼꼼히 따지는 추세이며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 동안 오래된 전통가옥들을 사랑해왔던 뉴질랜드인들이 이제는 유지비를 비롯해 따뜻함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선호하는 주택의 형태가 바뀌고 있으며, 이미 시중에서는 수 년 동안 이런 변화가 감지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주택을 새로 구입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경우에는 이 같은 경향을 충분히 참작해야만 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오래된 집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단열재를 추가로 부착했는지 여부와 함께 일조량을 감안한 집의 방향에 대해서도 종전보다는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만 내집 마련이나 투자에 낭패를 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남섬지국장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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