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주게 될 융자관련 법안이 호주에서 만들어지고 시행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되지 않지만 융자를 해주는 시중 은행들과 파이넌스 회사들에 지워진 모게지 연체자에 대한 책임을 대폭 경감해 줄 모양이다. 호주의 이 법안 상정과 시행이 뉴질랜드에게 중요한 이유는 향후 대부분 본사가 호주에 있는 뉴질랜드의 대형 시중은행들과 뉴질랜드 정부의 금융 시책에 바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호주 시중 은행들의 주가가 유래없이 급등했다.
현재 COVID -19으로 높아지는 실업률과 융자 상환 연체자의 증가로 금융 환경이 나빠지고 있고 바젤 3기준(은행의 자기 자본금 정책 ; 10/12/2019 정윤성 칼럼 참조)도 맞추어야 하는데다 이코노미스트들의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미래의 경제 지표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이 때, 돈세탁 방지법 위반에 따른 큰 벌금도 물어야 하는 호주 시중은행들은 위기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법안의 발표로 9월 24일, 25일 하루에 주가가 ANZ 6.3%, BNZ의 모회사인 NAB가 6.9%, WESTPAC이 7.4%, ASB의 모은행인 Commonwealth가 3% 폭등하면서 호주 주식시장의 오름세를 주도했다.
어떤 내용인가?
법안의 내용은 대출업체에게 모게지 연체 책임을 묻는 ‘Responsible Lending Law’의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인데 호주 정부보조가 끝나는 내년 3월부터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까지는 모게지를 원하는 고객들의 신용조사와 융자승인의 책임 모두 대출기관인 은행에게 묻던 방식에서 신용조사의 책임을 덜어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용조사는 독립된 기관에게 진행하고 그 등급에 따라 융자만 책임지고 해주면 되고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은 담보 부동산을 처분해서 융자를 상환시키면 되는 것이다. 이 법안이 발표되자 호주의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은행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환호를 지르고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융자의 대상이 넓어지고 그 액수도 증가하기 때문인데 결국 더 많은 이자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익은 크게 늘어 나고 책임은 대폭 완화될 것이라고 하니 주가가 폭등할 수 밖에.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대출기관의 융자는 융자를 받은 차입자간 연체 문제를 대출기관인 은행에게 주책임을 현행법은 묻고 있다. 이 법(Responsible Lending Law)으로 융자 진행과 승인은 더 엄격히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약자인 금융 소비자를 대출기관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서 금융 화폐의 소유 개념을 사회 공유화한 훌륭한 취지의 법이라고 논평되기도 한 법률이다.
뉴질랜드도 2004년에 만들어졌고 여러차례 수정을 하면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참뒤인 5~6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는 흔히 “융자가 어려워 졌어요!” 라는 말들이 세간에 나오기 시작했다. 고객이 내는 이자로 운영되는 은행이나 파이넌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돈을 빌려주고 연체가 발생되면 정부의 금융 조사팀으로 부터 오히려 융자진행 과정과 신용조사의 적절성 여부까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뉴질랜드도 바뀌나?
금융위기전 뉴질랜드 시중은행들이 모게지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면서 데포짓을 15% 만하는, 부동산 구입가격의 무려 85% 융자를 은행 스테이트먼트 확인 정도로 승인해 주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오히려 국민들의 채무를 증폭시키고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 할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VID-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만 하는 호주 정부의 입장은 ‘GO AHEAD’이다. 그렇다면 뉴질랜드와 연관성은 얼마나 있을까?
금융과 관련해서 뉴질랜드와 호주간 직간접적으로 깊은 연관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뉴질랜드 모게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4대 시중은행들의 모회사들이 호주은행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호주의 금융 감독원인 ‘APRA’ 는 뉴질랜드까지 와서 뉴질랜드 빅4 은행들의 파견 감사를 하기도 하는 관계다. 뉴질랜드 빅4 은행들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곳은 두 국가에 걸친 두개의 감독원이다. 그래서 금융 종속관계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뉴질랜드는 ‘Credit Contracts & Consumer Finance Regulations 2004’ (이하 CCCFA)라는 아주 강력한 ’Responsible Lending Law’ 가 지금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도 호주와 같이 시행한지 5년여의 시간이 지나며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왜냐하면 뉴질랜드 정부도 COVID-19으로 약해진 자국 경제를 회복시켜야하고 건설 및 건축 관련 산업의 육성으로 대량 실업률 사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뉴질랜드 중앙은행과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 정책중 LVR 정책, 투자용 부동산의 규제 완화, 80% 이상 융자 신청자의 확대 등이 있었지만 이번 법안이 뉴질랜드에 상정된다면 그 어떤 정책보다 임팩트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기관의 융자승인을 가장 어렵게 했던 법을 무력화 할 수 있는 이 법안이 뉴질랜드에도 상륙하면 사상 최저 이자율, 최대 유동성 공급 그리고 거주 인구증가와 맞물려 주택 시장은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