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eum of New Zealand Te Papa Togarewa
‘우리들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웰링턴 박물관 테 파파(Te papa)는 키위와 마오리 문화의 융합, 학술적인 자료들과 혁신적인 전시기획으로 유명하다. 테 파파에서 전시되고 있는 모든 테마들이 사랑을 받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 문화가 연대감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5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층별로 예술, 뉴질랜드 역사, 태평양 역사, 마오리의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해 전시되고 있다. 이 곳의 전시들은 둘 이상의 다른 분야가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 현대사회에서 산업이 발달하게 된 과정과 남녀 역할의 평등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동성애자들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에 대한 고찰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단순히 보는 것에 중심을 두는 딱딱한 전시기획보다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다이나믹한 이벤트와 교육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박물관에 간 김에 정확한 뉴질랜드 문화를 알기 위해 한 시간짜리 투어를 신청했다. 운 좋게 1:1로 투어가 진행되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3층과 4층은 마오리의 역사를 비롯해 그림, 유물, 유적이 모두 보관되어 있는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인 마오리 신전은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하늘과 땅의 중간지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존의 신전보다 더 화려하고 색채감이 있어 전통적인 느낌이 덜 하다는 이유로, 마오리 추장이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물관측에서는 이 곳에 지어진 신전은 신을 모시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화합의 장소라는 설득했고, 추장은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허락하겠다는 약속의 증표로 반지를 주었다. (반지는 신전 맨 왼쪽에 꼽혀있다.)
뉴질랜드 사람들과 마오리인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오리를 위해 최소한의 지원에서부터 책임의식을 가지고 마오리문화를 지켜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박물관에 있는 작은 신전조차도 마오리들이 가지고 있는 건축양식으로 짓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의 사상과 이념을 담기 위해 애썼던 흔적을 볼 수 있다.
문화를 계승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부족간의 화합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족이 상징이 되어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높은 빌딩을 지어 올리기 바쁜 한국에서 조선의 고궁들은 ‘과거’라는 의미 밖에 없다. 누구도 과거가 현재 속에 녹아 내리기를 원하지 않고, 오로지 미래를 위한 현재의 경제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 달린다. 내가 누구인지, 지난 역사에를 통해 어떻게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인식은 결여 된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문화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현대사회가 주는 이념들은 뿌리없이 자란 무성한 나뭇잎과 같다. 두 문화의 조화가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뉴질랜드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울러짐의 힘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