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토요일, 한국에서 온 동생과 와이히 금광과 카랑가하케 금광 지대를 찾아 나섰다. 공교롭게도 요즘 매주 비가 오는 바람에 여유 있게 산행도 못 해 몸이 뻐근했었다.
1번 모터웨이를 타고 가면서 푸케노 선데이 마켓 안내판이 보여 잠시 들렸다. 이곳 오클랜드 시민들이 지방에 다녀오다가 들리는 곳으로 햄, 베이컨, 소시지를 만들어 파는 숍이 유명하다. 한국의 맛집 같은 곳인데 이것저것 다양한 맛을 뽐내며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기에 무언가 보았더니 아이스크림 숍이었다. 큰 아이스크림을 들고 핥아 먹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웃기면서 우리들의 씹어 먹는 조급함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선데이 마켓에 들려 키위 스타일로 소시지를 하나씩 물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사과, 우유, 잔디깎이 가위 등을 사 들고 신나 했다. 코로만델 갈 때 테임즈 시장은 토요일이지만 이곳은 일요일이라 번 갈아서 가면 색다른 맛이 있다.
블루베리 농장 PYO 인기
2번 도로를 따라가노라니 지난여름 많이 먹었던 블루베리가 생각났다. 지금은 간판이 없지만 수확 철에는 크게 간판을 내 걸으리라. 갑자기 비가 와 해 있는 반대편에서는 쌍무지개가 장관이다. 이 지역의 지하에는 금맥이 많아 무지개가 더 황홀했다.
동생도 사진 찍어 달라고 폼 잡고 동심에 젖었다. 역시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평평한 들판, 도로를 질주하며 모터웨이 같은 느낌이었고 나타아를 거쳐 L&P의 고향 파에로와 인포메이션 센터에 도착했다. 마오리 리셉션 안내자가 성의와 정성으로 파에로와를 알리느라 바빴다.
파에로와는 한국사람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대중 음료수, 사이다 같은 L&P의 생산지이다. 그만큼 물이 좋다는 것이다. 그 외에 골동품 거리, 플라잉낚시, 카랑카하페 금광 트레킹, 금광 기차, 기차 터널, 폭포와
계곡의 물길 등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고 다양하다.
금을 찾기 위한 욕구와 욕망이 발전과 건설로
또한,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 흡사 우리나라 설악산 같았다. 물길 따라 한쪽은 차들이 달리고 한쪽은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걷고 새로운 발견과 도전에 약간 흥분하기도 했다. 안내 게시물을 보니 1800년도 후반 금광이 형성되면서 마을과 도시가 이루어지고 많은 이들의 기쁨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현장의 건물 잔재를 보면서 과거의 역사 속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한참을 걸어서 땀이 나려고 했는데 기차가 지나가는 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길이가 무려 1.2 킬로미터다. 입구에서 끝이 조그만 구멍밖에 보이지 않았다. 깊은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는듯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비가 온 탓에 여기저기 물이 흐르고 냉기가 엄습했다. 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아 핸드폰 라이트를 켰다. 아~스티브 잡스. 후레쉬가 요긴하게 활용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귀신 모습을 하면서 껄껄 웃으며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행운을 기원하는 여유, 역시 키위들다웠다. 한참 만에 출구에 도착했다. 이 산속에 이렇게 긴 터널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나는 선언한다. 내가 아는 모든 이의 이번 여름은 내가 책임진다. 새로운 경험이자 발견이다. 묻혀져 있는 보석이나 무관심했던 미개척지를 찾아낸 것이다. 오늘 여행은 최고의 이벤트이며 놀라움 그 자체였다. 흥분과 경탄 속에 입구로 다시 도착했다. 한 바퀴 일주하면서 트레킹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다.
여행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
또다시 2번 도로를 따라가면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가보니 작지만 예쁜 폭포가 있었다. 기념촬영 한 컷 후 그 위로 걸으면서 너무 맑고 깨끗한 걸 느꼈다. 이곳 상류가 플라잉 낚시터인 것이다. 길따라 운전하면서 금광기차의 종착역인 카페에서 차 한잔 마셨다.
시발역은 와이히. 30분 정도 거리이며 주말과 방학 위주로 운행한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다음으로 미루고 길을 재촉했다. 10분 정도 지나니 와히히 마을 입구 팜트리가 양옆에서 우리를 반기었다. 매인도로 끝으로 가니 인포메이션센터가 있었으나 내부 수리 중이었다. 금 광산에 도착하니 굴을 파지 않고 산을 회전식으로 깎아 원석을 채취 후에 부수고 녹이고 선별 과정을 거쳐 금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그 규모에 놀랐다.
이 나라의 워낙 작은 산업구조를 생각하면 상상 이상이었다. 특이하고 안전한 금 채취 공법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굴을 파는 원시적 방법이 아닌 오픈된 상태에서 회전식으로 파 내려가는 것이었다.
설명서와 게시물도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점심을 위해 카페로 들어섰다. 비 오는 날이라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동양 사람 둘이 들어오니 신기한 듯 번갈아 쳐다보면서 눈과 손 인사를 하였다. 오늘 금광을 찾아 무지개 타고 여행한 기분이다. 나에게 와이히 그리고 카랑가하케는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도전으로 기록되었다.
<다음에 계속>
홍길동 투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