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턴의 작은 아름다움과 말버러사운드의 큰 아름다움의 키재기
해변을 따라 블레넘을 거쳐 픽턴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 한두 번 가본 곳은 있지만, 업무적으로 바쁘게 지나친 곳이라 재방문하거나 처음 방문하는 곳도 있었다. 오늘같이 여행하며 천천히 둘러보고 쉬면서 사진 찍고 하니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정표를 따라 2시간을 가니 항구도시 픽턴에 도착했다.
픽턴은 웰링턴을 왕복하는 카페리가 정박하는 곳이다. 페리호가 유난히 커 보였으며 근처에는 화물과 기차, 자동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웰링턴에서 배가 들어오고 픽턴에서 배가 떠나는 시간대였다. 운이 좋게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뱃고동을 교차로 울리며 지나갔다. 그 규모와 크기가 엄청났다. 그 외에 정박하고 있는 배들은 요트와 유람선 그리고 낚싯배였다.
지도상으로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픽턴은 베이 안으로 움푹 들어가서 파도가 잔잔하고 아늑했다. 그러나 며칠 전 세찬 바람 때문에 페리가 운행을 중단했다고 한다. 하기야 이 지역은 바람이 세기로 뉴질랜드에서는 최고이다. 해협, 협곡에서 오는 바람이 유난히 거칠고 세고 자주 불어온다. 그래서 웰링턴을 바람의 도시라고 하는 것이다.
공원의 상단 중앙에는 전쟁 중 전사한 사람들을 위한 메모리얼 파크가 있었다. 그 근처에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언덕 위에 뷰포인트를 가서 픽턴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아름답고 아담하고 평화로운 픽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건물도 형형색색 예쁘게 단장하고 집들은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픽턴은 페리호를 통한 화물과 인적교류 등의 상업시설과 관광이 어우러진 도시이다. 또한, 넬슨으로 산을 넘어가면서 말버러사운드를 관광할 수 있는 경유지이다. 픽턴에서 하룻밤을 묶으면서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맥주 몇 잔을 하며 밤을 보냈다. 픽턴의 밤은 낮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산과 강의 숨바꼭질, 계곡과 다리의 어깨동무…호수는 아랫마을 아이들
다음날 여유 있게 일어나 숙소 근처의 카페를 찾았다. 긴 시간 여행으로 피곤한지라 커피 냄새가 유난히 코를 찔렀다. 한잔 마시고 나니 피로가 풀리며 기운이 나서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넬슨을 가기 위해서는 산 넘어 길을 따라 밀포드사운드를 보면서 해블록(홍합양식장)을 거쳐야 한다. 언덕 산길이라 두 시간 이상 예상되었다. 뉴질랜드는 유난히 사운드가 많다. 사운드는 지각 변동 및 지진 여파로 협곡과 산이 형성되면서 그곳에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현상이다.
그 규모가 대단히 크고 물의 깊이가 깊어서 경치를 더 해준다. 특히 그 대표적인 것이 밀포드 사운드이다. 그 외에도 남섬의 동쪽 상하 지역은 사운드가 연이어 형성된 지역이다.
말버러 사운드는 산과 협곡이 줄지어 있으면서 태고의 역사성과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중간중간 전망대에 내려 경치에 감탄하면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다. 언덕길이라 운전이 만만치 않았으나 중간중간 쉬면서 한 시간 만에 해블록에 도착했다.
해블록은 메인 도로를 지나가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은 홍합 양식장으로 유명하다. 해산물 양식은 그 지역의 플랑크톤과 토행에서 유입되는 유기물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홍합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곳에 와서 홍합 다큐멘터리를 찍어 가기도 했다. 그만큼 유명한 곳이다. 해블록의 특산물인 홍합요리를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카페를 들렸다. 주문 후 금방 음식이 나왔다. 싱싱하고 알이 크고 소스가 가미되어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었다. 큰 홍합은 유난히 커서 한입에 넣기에는 벅찼다.
뉴질랜드는 음식이나 요리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이에 반해서 한식 요리로 홍합을 요리한다면 삶고 무치고 전과 홍합미역국 등 다양하다. 뉴질랜드에서는 내츄럴하면서 심플한 음식 맛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넬슨, 예술가 휴양지 포도주의 도시…13km 뱅크보울더
든든히 배를 채운 다음, 갈 길을 재촉하여 넬슨으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이라 시내로 향했다. 영국 성공의 대성당 그 아래 위치한 중심 거리였다. 거리곳곳 지붕아래 꽃들이 걸려 있었다. 쇼핑과 음식은 동전의 앞 뒷면이다. 앞에는 쇼핑센터, 뒤에는 카페와 레스토랑과 바들이 각양각색의 색깔과 모습을 갖고 늘어서 있다.
오늘 저녁 메뉴는 피자로 정했다. 손님이 많아 기다리면서 해물 피자와 치킨 피자 두 판과 맥주를 시켰다. 이렇게 넬슨의 첫날밤은 취기로 가득했다. 반달이 부둣가의 선창을 비추며 여행객의 피로와 취기를 위로해 주었다. 날씨가 좋아 어두운 곳은 별들이 나올까 말까 망설이며 우리를 훔쳐보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겸 운동을 하기 위해 넬슨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을 들렸다. 아침 미사가 있어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가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우면서 엄숙한 분위기였다. 외부의 건물 벽이나 주변 시설 재단 탑들은 사진을 담기 위해 연신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다.
이윽고 넬슨 시내를 볼 수 있는 처치힐로 가는데 꼬불꼬불 언덕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올랐다. 잠시 후 한눈에 넬슨 시내가 나타났다. 특히 넬슨은 바다로부터 막아주는 뱅크가 눈에 띄었다. 무려 13km인데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간조와 만조 시 그 모습과 크기가 다양하게 보여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방파제가 넬슨을 해일과 태풍으로부터 막아주고 있다. 넬슨은 일조량이 좋아 사과와 포도의 주산지이며 와이너리가 특히 유명하다. 키위들의 최고의 휴양지이며 작가, 음악가, 미술가들이 모여 사는 예술의 도시, 와인의 도시라는 여러 가지 별칭을 갖고 있다.
<다음에 계속>
홍길동 투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