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간다(4)
10일간 대장정…호기심으로 출발 안도감으로 도착
어느 날 직원이 한국 방송국이 뉴질랜드에서 방송 진행을 위한 차량을 수배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불현듯 ‘아빠 어디가’ 촬영이 떠올라 반신반의하며 연락을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김 PD였다. ‘아빠 어디가’ 촬영 당시 너무 고생해서 좋은 감정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반갑게 맞이해서 구체적으로 상의를 시작했다.
우선 차량과 가이드가 필요했다. 지역은 두 지역으로 남쪽 로토루아, 타우포, 타우랑가 그리고 북쪽 케리케리, 파이아였다. 남쪽 지역은 누구나 자주 가는 곳이고 길도 평이하여 일을 하기가 쉬웠다. 그래서 그 즉시 남쪽 지역을 선택했다. 그러나 김 PD의 요청으로 북쪽 파히아 지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상 소집령을 통해 자체 차량과 외주차량을 수배하고 지역적 안내 등 업무 진행을 위한 회의에 착수했다. 촬영 내용은 집사부일체 김병만 편이였다. 간혹 지인들을 통해 김병만 씨의 방문 소식을 들었으며 특히 뉴질랜드를 좋아한다 했다. 기억컨데 한국의 방송사들, SBS, KBS, MBC, EBS 기타 종합편성방송사들이 이곳을 촬영 차 다녀갔다.
대표적으로 정글의 법칙, 걸어서 세계 속으로, 테마여행 뉴질랜드 기타 등등 덧붙여서 개인적으로는 이병헌, 이효리, 샤이니, 이해인 수녀님, 김창옥 교수 그리고 전, 현직 두 분의 대통령까지 근접에서 모시는 영광을 누렸다.
첨단 촬영장비와 기법 세련된 진행
아마도 한국에 있었다면 나이나 경력이나 체면 등으로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나라 사는 특권이리라…
아시다시피 촬영 팀 서포트가 쉽지는 않다. 오지 탐험, 날씨 변화, 촬영내용 변경, 촬영승낙 여부 등 현지 사정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여러 차례 경험해 보면서 이번 일은 단단히 마음먹고 긴장하게 되었다.
일이 시작되어 답사팀들이 도착하여 현지 PD들과 로케이션 헌팅 지역을 둘러보고 화면 조정, 연출적 요소, 지역 간 이동 그리고 안전에 특히 주의하였다. 촬영 후 모니터링하며 부족하면 언제든지 재촬영이나 비상회의가 수시로 열린다.
우리는 차량 이동과 지역 안내를 주로 맡아서 촬영에는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기와 지원 등에 근접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촬영은 지난번과 달리 드론의 역할이 컸으며 전문적 장비가 어마어마했다. 또한, 첨단 전문 촬영 기법이 동원되어 화면의 생동감과 스케일을 더해 주었다.
며칠 후 배우 이승기 등이 도착했다. 하이라이트 병만랜드….그의 도전에 리스펙트. 로토루아로 직행했다. 로토루아는 아그로돔 양쇼장 근처에서 촬영했다. 타우포는 번지 점프를 중심으로 촬영되었다. 그러나 이번 이 지역의 하이라이트는 타우랑가였다. 김병만 씨가 비행면허를 취득하여 비행 운전을 실제 교관과 함께 동승하여 모티티 섬에 제자들 이승기, 양세형 등을 태우러 가는 것이었다.
김병만 씨가 스카이 점프에서 허리를 다쳐 몇 개월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 이후 스카이 점프를 그만두고 비행 조정을 위해 자격시험에 도전하여 취득 후 촬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실 외국에서 비행 조종사 자격증 따기가 쉽지는 않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몇 차례 연예인들과 광고와 예능을 진행해 볼때마다 김병만 씨는 참으로 달라 보였다.
작은 시골의 개구쟁이 소년이 개그맨을 위해 고생 고생하면서 입문 후 달인이 되기까지 간혹 던져주는 언행과 자세에서 그간의 역정이 묻어 나왔다. 또한, 끝이 없는 도전과 성취를 통한 스태프들에게 겸손과 감사 그리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몸에 밴 방송생활이기는 하겠지만, 인간미에 다정함을 느끼게 했다.
교관과 함께 비행 조정하면서 착륙 그리고 출연진을 탑승 후 이륙하는 장면은 이 프로의 백미였다. 일반 농장과 농장 사이를 활주로로 이용했다. 비행시 보여지는 뉴질랜드 자연은 이 프로그램을 한층 더 레벨업시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이었다.
이 비행은 타우랑가를 출발하여 북섬의 북단 작은 도시인 케리케리로 향했다. 경비행기라서 김병만 씨와 그 일행, 연예인 들만 탑승했다. 우리의 다른 스텝들은 이미 케리케리 공항에 도착하여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케리케리에서 하루를 지낸 후 파히아에서 선상 낚시와 수중 탐사가 일정상에 준비되어 있었다. 대어를 낚았다. 킹 피쉬였다, 베이오브아일랜드 대표 어종이다. 긴 톱 같은 부리에 송아지만한 크기의 어종이다. 수중에는 바닷가재 그리고 성게 특히 가리비가 많았다.
이제부터 이 프로그램의 절정에 치달았다. 병만랜드이다. 이곳은 오클랜드에서 300Km 떨어진 곳이며 1번 도로변에서 10분 정도 비포장으로 들어가는 산골이다. 이 지역은 국립공원이며 출입이나 사냥, 트레킹 등이 제한되어서 DOC(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철저하다. ‘자연 보호’. 입구에 나무로 조각한 병만랜드 간판이 들어왔다. 나무 집, 그네 등 놀이터를 한창 준비중에 있었다. 숙소(캠핑 사이트)와 놀이동산 형태로 만들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갖고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것을 이런 마음을 가졌을까! 그의 도전에 존경을 표한다.
뉴질랜드는 여행 종합선물 세트
바다, 호수, 들판, 설산, 화산, 그리고 다양한 물빛. 이제 이 프로그램의 대미는 90마일 비치와 케이프랑가였다. 그동안 보았던 바다와 숲 그리고 초원을 뒤로하고 펼쳐지는 모래 백사장 90마일 비치다. 바람에 밀려드는 파도와 파장이 모래를 수천만 년 동안 밀어 올려 사막과 모래 언덕을 만들었다. 김병만 일행이 그 사막을 걷는 모습을 드론으로 찍었다. 영화의 한 장면이며 환상과 경탄, 경이의 연속이었다. 연예인 일행들은 바람과 모래를 헤치고 걷고 오르고 밀치면서 바다를 만나게 되었다.
아! 90마일 비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뉴질랜드의 새로운 장면이었다. 참으로 뉴질랜드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바다, 초원, 호수, 산 그리고 활화산 만년설 그 외에 진기한 동식물 종합 선물세트이다. 이제야 뉴질랜드, 뉴질랜드 하는 이유가 증명되었다.
거친 바람과 함께 날아드는 모래와 씨름하며 도착한 곳은 이 뉴질랜드의 땅끝 케이프랑가이다. 마오리 말로 고향으로 가는 출발지라는 말이다. 이 길 따라 태평양으로 가면 마오리의 고향 폴리네시아에 도착한다. 어림잡아 3,000km.
항시 우리는 시작과 끝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이곳이 뉴질랜드의 땅끝이다. 이곳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케이프랑가에는 이전에 이정표가 있었다가 없어졌다. 그곳에는 런던, 도쿄, 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까지의 거리가 km으로 표시되어 있다. 오늘 ‘서울’ 표지판을 다시 붙이게 되었다. 아 나의 조국 대한민국 그리고 서울 공화국. 우리나라의 위상이 드높아졌음을 증명하는 행사였다.
K-영화, K–드라마, K–스포츠, K–Pop, K-식품, K–방역 등 한국의 물결로 세계가 흔들린다. 우리 세대에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선다는 점에 가슴이 우쭐하고 뭉클하고 울컥한다. 아! 기쁘다. 이제 10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이 장면을 모니터링 하면서 장면 장면을 연결해보았다.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고생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무사히 안전사고없이 마쳤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한달이 지났다. 어느 날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서울 간 김PD 전화였다. “사장님 ‘아빠 어디가’처럼 이번에도 시청률이 대박 났어요”라며 신나했다.
나도 오랜 기간 한국에서 마케팅을 해본 터라 시청률이 마케팅 지표로 작용한다.
전화 한 통에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파이팅!!!
홍길동 투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