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OF THE FOREST
<저자 : 수필가 백동흠>
열두사도와 크라이스트
여행 제목 부터가 신선한 느낌이다. 오클랜드를 떠나 서북쪽 웨스트 코스트 카우리 나무숲을 다녀오는 1일 여행 출발에 앞서 인솔자 멘트가 인상적이다. “오늘 함께 떠나는 자연 기행,에코 트래블에 오신분은 열두 분으로 단촐하고 좋네요. 그래 오늘 여행 제목 테마는 ’열두사도와 크라이스트’로 하겠습니다” 이른 아침 오클랜드 북쪽 방향 1번 모터웨이를 따라 달리니 새로운 연녹색 세상이 하나씩 열린다. 간간이 뿌리는 늦가을 비마저도 친구려니 벗하며 지나다 보니 햇살도 반짝 비추고,무지개도 살짝 얼굴을 내민다. 3년에 걸쳐 만든 오레와-푸호이 터널, 보헤미안 마을 푸호이,자연 해양 명소 워크워스,토요 파머스 마켙 마카타니,농장 갑부들의 라이프 스타일 전원지 웰스포드, 카우리 박물관 마타코헤,고구마 주산지 다가빌,카우리 삼림지 와이포우와,평화스런 하버 전망지 호키앙아… 오클랜드에서 시외로 한 시간만 벗어나도 이리도 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한비야의 ‘그건 사랑 이었네’에서 “여행이란 길위의 학교다”고 강조한 모양이다. 그 학교에서 단순하게 사는 삶, 없어도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사는 삶을 잘 배워보란다. 열두 사도와 크라이스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중엔 일속에 푹 젖어 살고,주말엔 이렇게 교외로 훌쩍 떠나 보니 참 좋다. 비에 젖은 창 밖 풍경이 고즈넉한 가을 동화 같다. 도로변에 서있는 갈대 밭도 평화다. 한 폭의 수채화를 내다보고 있는가. 대자연 이라는 성경책을 이렇게 읽으니 그 맛이 살아 움직인다.
숲속의 제왕 카우리
자연과 마주하는 여행,이름하여 에코 트래블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여행이다.뉴질랜드 수목중에서 최고 품격과 역사를 지닌 나무 카우리를 집중 탐색해보는 시간이다. 오클랜드에서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려오니 마타코헤에 뉴질랜드 최대 카우리 박물관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뉴질랜드 초기 개척자들(1850년대부터)의 생활상,카우리 나무 벌목 과정,목재 다루던 장비 기구들,카우리 목재 제품등등…
뉴질랜드 토착 상록수로는 카우리,리무,토다라,미로,등의 하드우드가 대표적인데 카우리가 단연 으뜸이다. 영국인들의 뉴질랜드 정착 역사는 20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전부터 있었던 카우리 나무의 역사를 헤아리니 상상이 안갈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뉴질랜드에서 최대 크기의 카우리 나무를 박물관 벽에 실제 나이테 크기로 그려 놓았는데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이름하여 Giant Kauri Ghosts !!! 역사상 최고 최대의 카우리는 직경이 8.54m 로 뉴질랜드 코로만델 템즈에 있었다(1870년대)는 기록이 있다. 현존하는 카우리 나무중 가장 큰 것은 뉴질랜드 북섬의 서북쪽 호키앙아, 와이포우아 산림 공원에 있는 타네 마후타(마오리 말:숲속의 제왕)로 직접 가서 보니 정말 이름 그대로 “Lord of the Forest”답다.
높이 치솟은 바위 산 같다. 둘레 13.8m, 직경 4.4 m,하늘을 찌르는 키가 51.5m이다. 추정 수령이 2천년이라고 나무앞 안내판에 적혀 있다. 그래서 이 카우리 나무가 예수님 연세와 동갑이라고 했고, 오늘 여행 제목 테마를 “열두사도와 크라이스트”로 정했다고… 숲속의 제왕 타네 마후타 카우리 주변에도 거대한 크기의 네 자매 카우리가 사이좋게 딱 버티어 서 있고, 여러 다른 카우리도 군데 군데 우뚝 선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예수님과 애제자 베드로,요한,야고버,안드레아 그리고 다른 제자들처럼…
예전에 왔을 때 보다 새삼 다른 느낌이다.
침묵하고 서 있는 의연한 품새
우리네 인생 80에도 우여곡절,희로애락에 흔들릴 때가 그 얼마나 많은가.그 장구한 2000 여년에 걸친 세월에 엄청난 천재 지변을 다 겪으면서도 침묵하고 서 있는 저 위용과 당당하고 의연한 품새… 숲속의 제왕답다. 한 자리를 수 세기 동안 지키며 독보적으로 서 있다보니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자기 여건에서 존재의 의미를 다지는 모습을 마음에 새겨본다.
카우리 나무는 높은 강도와 뛰어난 내구성으로 매우 견고하여 선박 건조,주택,가구,조각등 다용도로 쓰이고 있다. 또한 카우리 껍질이 손상되거나 바람에 가지가 부러질 때 진액이 흘러나와 그 부위를 보호하며 나무가 썩거나 물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한다. 카우리 나무에서 나오는 진(송진)이 굳어서 응고된 것이 호박이다. 고급 공예품이나 장신구 재료로 쓰이는데 카우리 박물관에 전시된 뉴질랜드 최고의 호박은 석탄속에 들어있는 것을 채굴한 것으로 4천 3백만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바다속의 진주나 산속의 카우리나 몸에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나온 액이 뭉쳐지니 보석이 되어 버렸다. 우리 인간도 살아가며 때로는 처절한 삶의 고통을 감내하며 속으로 울고 녹아 내린 감정의 눈물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그 눈물을 딛고 일어난 이들은 보석처럼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야외 드라이브도 할 겸 한번씩 와서 그저 서 있다 만 가도 좋겠다.
에코- 트래블 (Eco-Travel) !
과거 역사와 점철된 살아있는 환경 생태계를 둘러보는 여행은 참 많은 것을 깨우쳐 준다. 어느 평화 여행가의 말처럼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평화가 아닐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자연 환경,누구와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은 바로 평화다. 가끔씩 바쁠 것 도 없는 떼어둔 시간을 가지며 녹 푸른 초원을 보면 그윽하게 가슴에 느껴지는 평화와 편안함이 있어 좋다. 자연과 대지는 우리에게 온갖 책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에코 트래블(Eco-Travel)의 선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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