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Hamilton)은 뉴질랜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써, 와이카토 지방의 중심도시 중의 하나이다. 해밀턴이라는 도시의 이름은 마오리족 게이트 파(Pa: 요새)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영국인 장교 존 F.C. 해밀턴을 추모하기 위해 붙여졌다. 시가지가 형성되기 전에 군사기지로써의 역할을 했으나, 1867년 해밀턴과 오클랜드를 이어주는 도로가 개통된 이후로 본격적인 도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으며, 지금의 땅은 13배 가까이 커진 규모를 가지고 있다.
해밀턴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는 ‘해밀턴 가든’이다. 해밀턴 가든에는 두 개의 정원이 있는데, 다양한 나라의 정원을 한 곳에 모아둔 파라다이스 컬렉션(Paradise Collection)과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아시아의 그림, 실크, 디자인 등을 이용해 만든 판타지 컬렉션(Fantasy Collection)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파라다이스 컬렉션은 중국 학자의 정원(Chinese Scholars Garden)을 비롯하여 영국의 꽃 정원(English Flower Garden), 일본 명상의 정원(Japanese Garden of Contemplation), 현대 미국인의 정원(American Modernist Garden), 르네상스시대의 이태리 정원(Italian Renaissance), 인도의 차 정원(Indian Char Bagh) 등 총 6개의 정원이 있다.
6개 나라의 정원 중에서 서양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정원은 단연 일본 정원이다. 이 정원은 일본 쿄토(京部, Kyoto) 토후쿠지(東福寺, Tohukuji) 경내에 있는 료안지(龍安寺, Ryoanji)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장방형으로 흰 자갈을 깔고, 15개의 돌을 배치한 카레산스이(枯山水, Karesansui) 양식의 세키테(石庭, Sekite: 돌정원)로써 서양에서는 이 정원을 Zen garden이라고 부르며 동양의 선(善)의 상징으로 여긴다. 흰 모래와 15개의 돌, 이끼로 만든 료안지는 카레산스이의 대표적인 양식의 정원이다. 이 양식의 특징은 연못이나 수목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만으로 정원을 꾸민다. 모래는 바다나 호수를 상징하고, 돌은 섬이나 산을 나타낸다. 이 정원의 특이한 점은, 15개의 돌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아도 반드시 하나의 돌은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불교의 선(善)사상을 상징한다. 선은 자기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본래의 청정한 마음인 무(無, Pure)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해밀턴에 있는 일본정원도 료안지와 마찬가지로 15개의 돌을 한 번에 볼 수는 없다.
*해밀턴 가든: www.hamiltongardens.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