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공항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같이 회사근무 하였던 선배님을 만났다. 여행객을 마중하러 공항에 간 터이라 시간이 없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선배님은 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계셨다. 선배님은 과거 직장생활 할 때에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진 않았지만, 항시 조언과 격려해주면서 주변을 잘 연결해주신 고마운 분이었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연락되어 안부를 전하며 크라이스트처치에 방문했을 때 저녁 식사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지난 회사 이야기를 밤늦도록 꽃피우며 박수와 웃음으로 자정을 훌쩍 넘겼다.
선배님은 연세는 드셨지만, 여행경험이 많으신 분이었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세계여행도 20여 개국을 다녀오신 분이다.
특히 뉴질랜드는 골프, 낚시하면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여행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고 상식도 풍부하여 대화 중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남섬 넬슨 지역을 가보지 못해 둘이서만 함께 답사 겸 인스팩션을 하려고 계획했었다.
선배와 함께 다니며 새로운 곳도 방문해보고 신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었다. 일정을 정리해보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하여 카이코우라, 픽턴, 넬슨, 그레이마우스, 팬케이크록스보울더 그리고 폭스빙하 체험이었다.
이름하여 남섬 서부 개척과 동부. 3~4일 일정으로 짠 후 장거리이기에 상황에 따라 첨삭하기로 하고 항공, 숙박, 차량 등 예약을 마쳤다. 이 일정은 쉽지 않았지만, 도전의식을 갖고 결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결론적으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정이었다. 한마디로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가장 고통스러운 자가 승리를 쟁취한다. 그러던 중에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몇몇 분이 동행하기로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소그룹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항시 여행이란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하여 추억과 여운을 남긴다.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아서 이럭저럭 많은 생각에 잠겼다. 여행의 날이 다가오면서 이것저것 점검하고 출발의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새벽 비행기를 타면서 여행이 시작되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는 식당에서 특별히 만들어준 전복죽을 먹었으며 럭셔리 도시락을 준비하여 서둘러서 카이코우라로 떠났다.
카이코우라, 해양 동식물의 표본실ㅡ고래, 가재, 물개, 미역, 다시마
오랜만에 날씨는 화창했고 햇빛은 따가웠다. 그러나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상큼하며 싱그러운 기운이 안면을 때렸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가는 길에 뉴 브라이튼 피어에 도착했다. 피어의 길이가 300m로 길었다. 주변에 공원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그 중앙에 새로 지은 도서관이 있어 건물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멋있었다.
뉴질랜드는 지역마다 조그마한 도서관과 RSA(재향군인회), 메모리얼 파크를 항시 볼 수 있다. 그만큼 시민들을 위한 시설 확충이나 전쟁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잘 모시는 것이 눈에 띄면서 우리나라하고는 사뭇 달랐다.
평소에 여러 마을을 들려보았지만 큰 마을이든 작은 마을이든 각기 특징이 있게 길거리를 가꾸고 특화된 것들로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면 관광(액티비티), 농산물(와이너리, 사과, 키위 등), 공예품(퀼트, 옥-제이드, 액세서리), 특화산업(정육공장, 우유공장 등) 등이다. 길가에서는 흔히 포도 재배단지나 올리브, 호프, 아보카도, 사과 농장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양 목장, 소 목장, 말 목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많았다. 또한, 지역에 따라 일조량이 좋으면 그곳에 맞는 농산물과 토양에 따른 구근식물(감자, 고구마, 당근, 양파 등)로 특화하여 마을을 상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해변 길을 따라 1시간 30분을 달리니 카이코우라에 도착했다. 고래와 바닷가재의 마을답게 몇몇 가게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피티도 이 둘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그려져 있었다. 지나가는 작은 마을이다. 바닷가에는 다시마가 무척 많았다. 다시마가 많다는 것은 전복이 많다는 것이고 바닷가재 등 물고기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행과 함께 바닷가재 판매 가게를 들렸다. 다른 음식메뉴도 있었으나 바닷가재가 특화되어 있었다. 언제나 바닷가재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kg당 $60~70) 크기나 무게에 따라 가격이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중국과 일본으로의 수출이 부진하여 뉴질랜드 내수로 방향을 돌렸다. 덕분에 전복이나 바닷가재를 전보다 쉽게 사 먹을 수 있었다. 카이코우라는 마오리 말로 바닷가재를 잡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바닷가재가 많다.
물론 바닷가재는 오클랜드에서도 사 먹을 수 있지만, 산지에서 사 먹는 것 또한 여행의 별미일 것이다. 현지에서 잡는 것도 있지만 채텀아일랜드에서 공급된다고 한다. 몇 마리 사 들고 저녁에 숙소에서 술안주 삼아 먹을 것을 생각하니 흥이 났다.
모름지기 여행은 그 지역의 고대 유물이나 자연 지형지물도 볼거리이지만, 먹거리는 빼놓을 수가 없다. 요즘 한국은 요리와 먹거리가 가히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닷가 모래언덕에 컨테이너 가게가 여행의 풍미를 더 해줬다.
또한, 이곳은 돌고래 서식지로서 해양자원 보호지역이며 혹등고래 출몰지역이다. 뉴질랜드는 해양생태계의 보호를 위해 연구소나 자원봉사자 그리고 그린피스의 활동이 대단하다.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로 배를 타고 카이코우라 앞바다를 크루징해야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다음으로 기약하고 길을 재촉했다. 계속해서 오른쪽을 해변으로 하여 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기찻길이 도로와 평행으로 놓여 있는 곳이 있어서 운 좋게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기차 승객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어 응답하며 한참을 같이 달렸다. 어릴 때 기차가 지나가면 따라가고 소리 지르며 손을 흔들며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철로 위에 대못을 놓아 기차 바퀴의 압력으로 눌리면서 지남철도 만들고 하였다.
최근 지진으로 인하여 한동안 도로와 철로가 폐쇄되었으나 최근에 재운행을 시작했다. 곳곳에 지진의 흔적과 복구를 위한 공사현장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물론 이 지역도 지진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연은 때론 고마우면서도 때론 무서운 존재로 다가설 수 있어 경외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고 한다.
해변가를 지나면서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시선을 끌었다. 다름 아닌 물개를 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전망대 바로 아래가 물개의 서식지이며 꽤 많은 물개가 있었다. 여러 마리의 새끼들이 뛰어 노는 모습이 평화롭고 한가해 보였다. 당연히 여러 컷의 사진을 핸드폰에 담았다.
물개 서식지 근처에는 역시 다시마가 무척 많았다. 일설에 의하면 크라이스트처치, 티마루와 리칼톤 지역은 한국 배들이 수년간 정박하며 미역, 다시마 종자들이 배 밑에 붙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퍼트렸다. 다른 곳은 없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크라이스트처치 몇몇 장소가 미역과 다시마가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다음에 계속>
홍길동 투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