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박물관-큰 작은 성난 실 날개 면사포 폭포 등
때로는 꼬불꼬불, 때로는 언덕길, 때로는 호수길과 숲길이 이어지면서 계속 비는 내렸다. 좌, 우측 높은 산에서 자연스레 폭포가 만들어졌다. 아마도 수천 개는 될 것 같았다. 큰 폭포, 작은 폭포, 실 폭포, 날개 폭포, 면사포 폭포, 성난 폭포 등 장관이었다. 폭포 박람회에 온 듯했다.
비가 와서 사진 찍기가 어려웠다. 시야도 흐리고 옷도 젖고 바람도 세찼다. 버스를 타고 내리기를 여러 번 했던 중 호머 터널 입구에 도착하여 통행순서를 기다렸다. 오면서 곳곳에서 공사를 많이 했다. 그만큼 날씨 변화가 심하고 낙석이나 토사 등이 길을 덮치고 막히게 하여 사고로도 이어진다고 한다.
특히 겨울에는 빙판이고 눈사태 등으로 이 길 전체가 간혹 폐쇄된다. 호머 터널은 일방통행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오래된 터널이라 시설이나 내부가 낙후되어 있었고 약간 공포스러웠다. 불과 1,200m라서 잠깐이었지만.
하늘 비, 호수 비, 폭포 비–삼색비의 향연
이 터널 오기 전 30분, 이 터널 지난 후 30분 좌, 우측 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1시간 정도 이 길은 빙하와 폭포 그리고 높은 산이 어우러지는 절경이다.
잠시 후 밀포드 사운드 선착장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동안 기념 촬영을 하고 주변을 살펴보며 찌뿌둥한 몸을 체조로 풀었다. 하나둘! 하나둘!
초록 바다 평화의 상징, 하얀 물결 순수의 상징, 초록 바다의 물거품은 평화와 순수의 수채화
드디어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에 탑승했다. 계속해서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그 덕에 폭포는 장관이었다. 성난 것 같기도 하고 힘자랑하는 것, 멋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굉장했다. 서로 누가누가 잘하나 경기하는 것 같아 동물원에 동물들이 재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폭포 박람회를 온 기분이었다.
협곡 사이로 2,000m 이상 되는 산을 보며 자연의 웅장함과 신비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곳을 개척하기 위해 탐험과 모험을 했던 이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숙연해졌다.
하늘에는 흰 구름 고산에는 흰 폭포 선미에는 흰 거품 모두 흰색의 향연이었다. 스멀스멀, 가물가물, 모락모락 산자락에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또한, 초록빛 바다 위에 물거품은 초록의 상징인 평화와 흰색의 상징인 순수가 만들어낸 한 폭의 수채화였다.
비바람에 성난 폭포가 해가 나타나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모르는 척 안 그런 척 점잖은 척 흐른다
대서양 바다 가까이 가서 햇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치가 확 바뀌었다. 구름과 안개로 흐릿했던 경관들이 한순간 변장과 화장을 한 듯 맑고 깨끗하고 선명했다. 모든 폭포는 흥분을 가라앉힌 채 모르는 척, 안 그런 척, 점잖은 척 흘러내리고 있었다. 탄성과 괴성이 함께 나오며 경악과 소름이 함께 돋았다.
반전...수천 개의 폭포가 각기 다른 모양과 규모를 뽐내고 있었다.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오전 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해가 내리더니 너무 고마웠다. 이 맛에 여행을 하는구나. 실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뜻하지 않았던 장면과 사건의 연속이다.
하늘에는 흰 구름 고산에는 흰 폭포 선미에는 흰 거품 모두 흰색의 향연이었다
유난히 그 햇빛은 상큼하고 향긋하고 발그스레 비추면서 전율과 미동으로 이어졌다. 확실히 여행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동행에 따라 기분에 따라 감정과 감흥이 다른 것 같다. 어느덧 크루즈 배가 선창에 도착했다.
크루즈 배에서 내리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더니 선장이 나를 보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깜짝 놀랐다! 서로 인사나 대화 한마디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Wow! 크루즈 배 안에 한국말 안내가 곳곳에 적혀져 있었다.
모든 사람이 코로나 이후 여행을 1순위로 꼽고 있다. 여행은 모든 이의 소망이고 바람이며 희망이다. 하루빨리 하늘길이 열려야 할 텐데...
여행은 일상의 탈출을 통해 새로운 곳, 숨겨진 곳, 원하던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가족, 친구, 친지들과의 추억 만들기이다. 생활의 충전과 활력이다. 더불어 5거리의 축제이다. (먹거리, 할 거리, 놀 거리, 볼거리, 살 거리)
아! 떠나고 싶다! 돌아오면서 곳곳에 비로 인해 폭포는 계속 흘러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산야에 흐르는 물, 호수에 고여 있는 물, 동서남북 물 천지이다. 한마디로 물의 나라, 물의 세상, 물의 천국이다. 물을 보고 있노라니 풍요롭고 안정되고 행복하다.
훔볼트! 선구자 탐험가 개척자 그곳에서 그의 행적과 숨결이 느껴진다.
버스에서 오가며 팻말을 보는데 유난히 훔볼트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훔볼트산, 훔볼트 펭귄, 훔볼트 폭포, 훔볼트 호수, 훔볼트 등이 보였다. 이 이름은 익히 많이 들었다. 또한, 평소 존경하는 독일의 지리학자 탐험가, 과학자였다. 자료를 살펴보면 남, 북아메리카를 걸어 다니며 지도를 그리고 생태계 분포도를 만들고 지역적 특징을 써서 책과 지도 등을 만든 사람이다.
그 사람이 직접 탐험하고 개척하며 만든 자료나 정보가 현재에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인의 근성과 본성을 대변하는 듯했다. 자신의 주장과 소신 그리고 의지로 인류를 소중한 자산과 기록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후학을 지도하고 천수를 누렸다. 훔볼트, 한 번 정도는 찾아보아야 할 위인이자 영웅이자 영원한 스승이다. 평소에 이분에 대하여 몇 번에 걸쳐 스터디 한지라 여행하면서 그분 말씀을 잘 새기고 있다.
훔볼트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몇 년 동안 깨달은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저녁 식사 후 오로라를 보려고 앱을 체크 해보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은 볼 수 없었다. 아쉬워하면서 숙소 뒷산을 산책하였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그렇다면 다음 여행은 서머타임이 끝나기 전에 다우트 풀 사운드나 스튜어트 아일랜드를 가려고 계획하였다. 눈이 오기 전에 오로라에 더 가까이 가보자. 일생의 단 한 번을 위해서. Once in a life time.
<다음에 계속>
홍길동 투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