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가고 싶어 했던 네이피어(Napier)를 가게 되었다. 구글이나 네이버를 통해 사전정보를 체크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제 가보는 것과는 항상 다르다.
막연하게 나에게 네이피어는 예술의 도시, 지진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진 아르데코 도시, 바닷가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 그리고 와이너리와 과일 재배가 풍성했던 곳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항상 그렇듯이 기대와 설렘으로 여행 갈 일을 몇일을 기다렸다.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여 크라이스트처치나 웰링턴 가는 출구가 아닌 조그마한 지방 비행기 출구로 갔다. 자칫하면 실수할 뻔하였다. 여행사를 운행하면서도 실수할 수 있으니 손님들에게도 안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국내선 비행기라 프로펠러 소리가 심하게 났지만, 에어 뉴질랜드라서 안심했다. 날씨도 좋았고, 바람도 심하지 않았고 편안한 비행이었다.
네이피어에 내리자마자 여러 인증샷을 열심히 찍었다. 시골 공항이라 조그마니 아늑하고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대부분 키위, 영국사람들 위주로 오가는 모습을 보니 네이피어다운 첫인상이었다. 공항 안의 광고판도 예술적으로 와이너리, 과수원 등 표시들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처음에는 자전거 타고 여행을 하려고 했으나, 워낙 거리가 멀고, 다니는 차량도 꽤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위험해 보였다. 마음을 바꾸었다.
뉴질랜드 작은 마을에도 현대차를 렌트 하다니
그래서 결국 렌터카 회사로 직행했다. 아비스(Avis) 렌터카 회사였는데, 트래블에이전트라고 하니 20% 디스카운트를 해주었다.
솔직하게 현장답사와 새로운 스케줄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친절한 여직원이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적더니 명함도 주고받고 일사천리로 업무를 진행해주었다.
내가 빌린 자동차는 2016년 신형의 현대자동차 투싼이었다. 멀리 지방에서도 한국 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송혜교가 생각이 났다. 역시 광고의 효과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렌터카이고 초행길이라 조심히 시동을 걸고 운행을 시작하였다. 물론 네비도 있고 모든 기능이 첨단이었다. 역시 현대차는 세계적 브랜드로써 견줄 만하다.
시내로 접어들면서 지진 이후에 지어진 1920년대 이후 초기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여 아트데코 건축양식이다. 관공서, 호텔, 작은 상가들 모두 아트데코 형식으로 지어져 있어서 가히 예술의 도시라고 이름 불릴만하였다.
아르테코의 건축물의 도열 그리고 바다내음
네이피어는 생각보다 넓은 도시였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검은 자갈 모래가 파도에 소리를 내며 구르고 있었다. 바람은 심하지 않았는데, 파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시내도 멋있지만, 바닷가 쪽 팜 트리로 장식되어있는 바닷길이 멋있었다. 우선 바닷가길 근처에 위치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다.
생각보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자료와 정보가 많았다. 30, 40분 정도 둘러보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세계 100대 골프장 키드네퍼(Kidnapper)였다.
전에 알기로는 기스본(Gisborne)에 있는 줄 알았는데 네이피어에 위치해있구나. 물론 이곳에서 30분 정도 지나서 헤스팅스(Hastings)쪽으로 가야 하는 곳이다.
시내는 차로 30분 가보니 웬만큼 지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곧바로 키드네퍼 골프장으로 향했다. 바닷가길 팜 트리 사이로 드라이브하면서 헤스팅을 거쳐 키드네퍼 골프장을 향했다. 30분 남짓 달려, 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약간 당황하게 되었다.
세계 100대 골프장에서의 라운딩-뜻 밖의 행운
왜냐하면 세계 100대 골프장이라면, 안내나 간판이 화려할 줄 알았는데 안내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긴가민가했다. 골프장 입구인지 반신반의하면서 골프장 앞 입구에 마이크로폰을 눌렀다. 용건을 확인한 후 자동문이 열렸다. 입구로부터 20분 정도 산길을 따라 꼬불꼬불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겨울이라 그런지, 나무들을 자르고 운반하는 과정이라 그런지 약간은 스산했다. 잠시 후 골프장 입구에 들어섰다.
오른쪽으로는 멋진 러지(Lodge)가 눈에 들어오면서 골프장이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냈다. 골프 리셉션의 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분위기는 매우 황홀했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골프장의 모습 또한 환상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100대 골프장이라고 하는구나 또한 이름도 특이하다. 물어보니 마오리 전설에 의하면 어떤 어린이를 납치해서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고 하여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굉장히 특이한 작명이다.
내일 골프 치기 위해 예약을 하면서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주었던 에이전트 쿠폰을 제시했다. 그러자 환영하면서 거의 반 이상 할인해주었다. 트래블 에이전트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사실 이런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약간의 혜택을 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많은 사람들한테 홍보하고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 좋은 제도이다.
예약을 하고 돌아오면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일 아침에 오랜만에 골프를 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뻤다. 세계 100대 골프장 뉴질랜드 최고의 골프장,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라운딩을 할 수 있다니 행복했다.
숙소도 네이피어 바닷가에 있는 아트데코 형태의 아름다운 곳에 묵게 되었다. 이것도 또한 트래블 에이전트라 직원이 바다가 보이는 좋은 전망에 꼭대기 층으로 배정해주었다.
오늘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꼈던 하루였다. 하루의 피로를 풀며 와인 한잔하면서 내일을 기약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처음 해가 떠오른 곳...기스본
아침 일찍 키드네퍼로 향했다. 다행히 날씨는 무척 좋았다. 원래 골프 계획은 없었던 관계로 신발, 모자, 장갑 등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장비를 빌려 라운딩을 시작하였다. 일반 골프장과는 달리 골프채 등 모든 장비들이 A급이었다. 모자, 장갑, 골프공 등은 별도로 구입하였다.
비가 온 뒤라 약간은 질척였지만, 그린관리를 참 잘했다. 골프를 치는 데에도 공원관리인들이 계속 오가며 시설보수를 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햇볕도 강하게 내리쬐었다. 초반 후로는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즐거운 마음으로 라운딩을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바닷가가 보이고 저 멀리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시 세계적인 골프장다운 경치와 골프장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골프를 잘 못 친다. 그러나 기분만큼은 프로골퍼였다.
그날은 우리 팀 앞에 한 팀 밖에 없었다. 뒤에는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다. 시간도 여유 있게 마음도 편안하게 라운딩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점심은 중간에 9홀에서 쉬면서 카페에서 키위식으로 해결했다. 샤워장도 무척 고급스러웠다. 샤워를 하고 커피한잔 마시며, 인증샷도 찍고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았다. 계획에 없었던 일정이라 더더욱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였다.
저녁 식사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스시 집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하나라도 한국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에서였다. 역시 한국 사람들이 서비스가 좋았다. 그곳에도 스시 집이 두세 군데 있는데, 모두 장사가 잘된다고 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시간 맞춰 공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길을 재촉했다. 잠시 슈퍼에 들러서 친절했던 그 렌터카 직원에게 귤 한 보따리를 전해주었다.
때마침 근무를 마무리하고 있었던 시간이라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 직원이 깜짝 놀라면서 고마워하는 마음이 역력히 보였다.
네이피어 도시만큼 순수해 보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하며 아름다운 도시 네이피어를 마음속에 꼭 담아두고 다시 한번 들리리라 약속했다.
<다음에 계속>